- 최종 면접 후 늦어지는 선임에 이번에도 불발?
1년 3개월째 공석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을 놓고 소문이 무성하다. 지난달 초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오더니 이번에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내정설이 돌았다.
국민연금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자료를 냈으나 최종 면접 이후 2개월 가까이 선임 작업이 지연되면서 이번에도 CIO 선임이 불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시작한 1차 공모는 4개월 동안 시장에 온갖 억측만 남긴 채 결국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진형 전 대표의 내정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일 보도자료에서 주 전 대표가 국민연금 CIO에 결정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며 특정 후보자가 결정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같은 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노동자를 정리해고한 주 전 사장은 스튜어드십코드를 이행할 기금운용본부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CIO는 국민의 노후자금 5650억달러(약 638조원)를 운용하는 책임자다. 전 CIO인 강면욱 전 본부장이 지난해 7월 사표를 낸 후 1년 3개월째 공석이다.
국민연금은 최종 면접 이후 5명의 후보를 압축해 인사 검증에 돌입했고 후보자를 류영재 대표, 안효준 BNK금융지주 사장, 주진형 전 대표 등 3명으로 압축했다. 이후 유력 후보였던 안 후보가 소송에 휩싸이면서 사실상 류 대표와 주 전 대표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지난 8월 21일 11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최종 면접을 본 뒤 두 달 가까이 최종 발표를 하지 않는 등 선임 작업이 늦춰지면서 각종 구설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초에는 류 대표가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류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사회적 책임투자 자문을 한 경력이 돋보이는 후보로, 선임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이번에는 주 전 대표가 오는 4일부터 출근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날짜와 함께 내정설이 돌았다. 주 전 대표는 국민연금 CIO 지원 자체가 업계에 큰 이슈로 부상하며 큰 관심을 받는 동시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공모 과정에서 CIO 자격요건 문구가 '자산운용 경험'에서 '∼자산관리 또는 투자업무 분야에서 3년 이상 경험'으로 바뀌면서 특정 후보를 위해 자격요건을 완화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특정 후보자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거듭되자 이번에도 국민연금 CIO 선임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진행한 1차 공모에서 "적임자가 없다"며 선임을 포기했다. 당시 4개월 동안 시장에 온갖 억측만 남긴 채 불발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초 1차 공모까지 하면 1년 가까이 내정설과 해명이 반복되고 있는데, 국민연금 CIO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상당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여론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적임자를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5일로 예정된 기금운용위원회 전까지 신임 CIO를 선임해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공모 과정을 거쳐 뽑은 최종후보 1인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 제청하면 장관이 승인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임기는 2년이며 성과에 따라 1년 연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