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시장에 카드사가 뛰어 들면서 저축은행과의 대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중금리 대출을 제외하자 수수료 인하 압박에 따른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던 카드사들이 중금리 대출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중금리 대출시장의 터줏대감인 저축은행이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카드사의 자금력 등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중금리 대출상품은 중·저 신용자(4~10등급) 차주를 위해 중금리 (6~18%)로 돈을 빌려 주는 것이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4분기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중금리 대출 상품이 제외되자 기존 대출상품 개편에 그칠 줄 알았던 카드사가 새로운 중금리 상품을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KB국민카드는 기존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대비 금리 부담을 낮춘 'KB국민 중금리론'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대출한도 1000만원을 연 5.9~19.9%로 대출해 준다. 우리카드도 5000만원까지 연 4.7~19.7%로 빌릴 수 있는 '올인원 대출'을 선보였다. 기존 우리카드의 최고금리가 23.9%였던 것에 비하면 대폭 낮아진 셈이다.
저축은행도 기존상품에 이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유진저축은행은 기존 중금리 대출 상품에 이어 '나오론' 상품을 추가로 내놓고, SBI저축은행은 '추가대출우량'과 'U스마일DC론' 등 2개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상환능력을 파악하는 데는 문제 없다"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 금리가 떨어져, 소비자가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도 적잖다. 중신용자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무분별하게 대출이 진행돼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지고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신용정보가 부족한 사람 비중은 중신용자가 62.1%로 가장 많았다. 중신용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중금리 대출이 활성화되면 리스크관리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무분별한 대출이 진행돼 향후 채권이 연체되는 등 리스크가 발생하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대출을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차주에 대한 신용평가 인프라구축, 개인정보 공유, 연체율 관리 등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제일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