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도 이어지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종지부를 찍고 지난달 채권 시장에선 9개월 만에 자금이 빠져나갔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중 외국인은 상장채권 2조324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4조2000억원 규모의 만기상환으로 총 1조9120억원이 순유출됐다. 순유출을 기록한 것은 작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보유잔고도 112조62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1조1000억원), 유럽(-8000억원)에서, 종류별로는 국채(-2조1000억원) 및 회사채(-100억원)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잔존만기별로는 1년 미만의 순유출 규모가 3조5000억원으로 컸다.
한국과 미국의 시장금리는 올 1월부터, 기준금리는 지난 3월부터 역전됐지만 외국인은 계속 한국 채권을 사들였다. 원화가 강세(환율 하락)를 보이면서 외환 거래에서 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좀 달라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환율이 급등(원화 약세)했다. 더 이상 환율 덕을 보기도 어렵게 된 셈이다.
아직 정부의 시각은 부정적이지 않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내외금리차의 역전 폭이 확대되면 환율상승으로 이어져 대내외 건전성이 취약한 국가 위주로 외국인 채권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외국인 채권자금 중 상당부분을 중앙은행·국부펀드 등 안정적인 투자행태를 보이는 공공부문 투자자가 보유 중이며, 아직 내외금리차와 스왑레이트를 함께 고려한 차익거래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외국인 채권자금의 급격한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대로라면 연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1%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지만 1%포인트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격차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일부 발을 빼기 시작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9월 중 외국인은 상장주식 5800억원을 순매수했다. 매수 기조는 이어갔지만 전월 1조1000억원 대비로는 매수 규모가 크게 줄었고, 이달은 대규모 매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2조1475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