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이재일 상무가 C랩 성과와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6년 전 '하찮은 아이디어는 없다'는 믿음에서 시작한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육성프로그램 'C랩'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내걸고 한단계 더 도약한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 500개를 육성해 국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자신감은 그간 C랩에서 쌓인 성과에서 비롯됐다. 2012년 시작된 C랩은 임직원의 창의적인 생각을 사내 벤처로 구현할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 과제는 스핀오프(분사)를 통해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창업에 실패해도 회사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 도전정신을 불어넣었다.
지난 6년간 228개 과제에 917명의 임직원들이 참여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외부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입주했다.
현재까지 34개의 스핀오프기업이 탄생했으며 약 130명의 임직원이 퇴직을 통해 창업했다. 이 과정에서 170명의 신규 고용도 창출됐다. 약 300명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 셈이다.
이달 말에는 전기차를 자동으로 충전하는 자율주행 로봇 '에바(EVAR)'와 전신 마취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폐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호흡 재활솔루션 '숨쉬GO' 등 2개 과제가 새롭게 스타트업으로의 독립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원할 500개의 스타트업 과제 중 300개는 사외 스타트업 대상이고, 200개는 삼성전자 내부 임직원 대상이다.
사외 스타트업 육성 지원 대상은 기존 모바일 분야에서 전체 IT 기술 분야로 확대한다. 육성 대상은 삼성전자와 사업 협력이 가능한 2~3년 차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만 있는 예비 창업자, 1년 미만의 신생 스타트업도 지원하도록 해 장벽을 낮췄다.
여태까지는 삼성전자의 사업에 결정적 도움이 되거나 이미 많이 성장한 회사들을 주로 선발해왔다. 이를 통해 5년간 100개의 스타트업을 키울 예정이다.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위치한 C랩 라운지에서 C랩 과제원들이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번 해에는 331개의 외부 스타트업이 공모전에 지원해 15개 기업이 선발됐다. AI·헬스·VR·AR·핀테크·로봇·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15개 스타트업이 선정됐다. 대학생 창업팀도 2곳 포함됐다.
이 회사들은 다음 달부터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 마련된 보육 공간에 1년간 무상 입주해, 캠퍼스 내 회의실과 임직원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들에게 ▲개발 지원금 최대 1억원 ▲디자인·기술·특허·세무 등 실질적인 창업을 위한 사내외 전문가 멘토링 ▲CES·MWC와 같은 해외 IT 전시회 참가 기회 등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매년 하반기 공모전을 개최해 육성할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상시 선발도 병행해 경쟁력 있는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300개 중 200개의 사외 스타트업은 기존의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서 육성한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지원할 예정이었던 육성 사업을 3년 늘려 2022년까지 운영한다.
현재 운영 중인 사내 스타트업은 5년간 200개의 과제를 지원한다. C랩을 통해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초기 사내 창의문화 확산을 위해 실험적으로 시작된 C랩은 현재 삼성전자의 사업화와도 직결되는 과제들을 선보이며 삼성전자의 대표 창의·혁신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C랩은 삼성 임직원의 생각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이재일 상무는 "C랩이 없던 당시 직원들에게 '삼성전자가 아이디어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창의적인 회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10명 중 5명이 그렇다고 답했는데 최근 조사에 의하면 10명 중 8명이 그렇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사회 공헌으로도 이어졌다. 지금까지 탄생한 제품 대부분에는 '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착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삼성전자의 비전이 녹아있다.
대표적으로 '아이캔'은 눈 깜빡임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지체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안구마우스다. 이미 2세대 제품까지 만들어 보급했고 현재 모바일용 3세대 제품을 검토 중이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눈이 되어주는 소형 열화상 카메라 '이그니스'는 국내소방서에 1000대를 보급했다. 기존 장비는 1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였지만 삼성은 100만원 미만의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현했다. 현재는 베트남으로의 보급을 위해 베트남향으로 개발을 착수했다.
저시력 장애인들이 더 잘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 또한 외국제품은 1000만원 대에 이르지만 삼성은 100만원 대에 맞추려고 준비 중이다.
앞으로 삼성의 큰 그림은 C랩을 통해 실리콘밸리, 중국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유니콘, 데카콘이 한국에서도 탄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스핀오프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센터장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스핀오프한 스타트업들이 시장 가치를 극대화해 다시 삼성과 M&A하는 스핀인의 모습을 보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