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열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관련 동향을 점검하고 대출규제 방안을 확정했다.
가장 깐깐해서 대출규제 '끝판왕'으로 꼽히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에 대한 기준이 공개됐다. 위험대출이라 심사를 더 강화하거나 아예 대출을 거절할 수도 있는 고DSR 기준은 70%로 당초 거론됐던 80%보다 강화됐다.
현재 은행권 고DSR의 비중이 20%를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이 많은 차주에 대한 신규 대출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등이 전면 금지된 데 이어 신규 대출도 길이 막히게 됐다.
◆ 은행권, 대출 얼마나 줄이나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은행권 고DSR 대출의 비중은 평균 23.7%이다.
당국이 이번에 제시한 고DSR 관리기준은 시중은행이 15% 이내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경우 이미 DSR 비율이 70%를 넘는 대출이 전체에서 19.6%를 차지하고 있어 위험대출에 대한 신규는 고사하고, 기존 대출에서도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정은 지방은행과 특수은행도 비슷하다.
은행별 특성을 고려해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에 대한 고DSR 관리기준은 각각 30%, 25%로 시중은행보다 높게 정해졌지만 초과 비율도 더 높다.
지방은행의 DSR 70% 초과대출 비중은 40.1%로 관리기준인 30%를 10%포인트 이상 웃돌고, 특수은행 역시 70% 초과대출이 35.9%로 관리기준과 격차가 크다.
관리비율은 금융감독원에서 매월 점검하며, 분기별로 목표이행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부채산정도 더 깐깐하게
당국은 DSR 산출 방식도 더 깐깐하게 바꾸기로 했다. 기존에 반영되지 않았던 전세보증금담보대출과 예·적금담보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의 원리금이 부채로 더해진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세보증금담보대출에 대한 원리금상환액을 부채에 포함하는 등 차주의 실질적 상환부담을 최대한 반영했다"며 "직장근로자나 농·어업인의 소득인정 범위를 합리적으로 확대하는 등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배려방안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소득은 증빙·인정·신고소득 등을 확인해 DSR을 산출한다. 국민연금 납부내역 등 인정소득은 95%까지, 카드사용액 등 신고소득은 90%까지 소득으로 인정해준다.
다만 직장가입자는 인정소득도 100%를 반영하며, 농·어업인의 소득인정 범위는 확대키로 했다. 또 서민금융상품에 적용되는 DSR 산정 예외에 지방자치단체 지원 협약대출, 국가유공자 저금리대출 등도 포함한다.
이번 DSR 규제 방안으로 가계대출이 억제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좀 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이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DSR 규제 등 단계적 처방을 제시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가이드라인은 단기적인 대책일 뿐 중장기 대책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가계부채의 근원인 부동산 열기가 큰 상황에서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세제적인 접근, 중산층을 위한 주택 마련 파이낸싱(Financing), 저소득층 주택 공급 정책 등 종합적인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급증한 임대업자 대출, 규제 예외 없애기로
최근 급증한 임대업자 대출도 조이기에 나선다.
현재 임대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은 주택 기준 1.25배, 비주택 1.5배다. 주택 임대사업자가 대출을 받으려면 연간 임대소득이 연간 이자비용의 1.25배가 넘어야 한다.
이 RTI 기준은 그대로 두되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했던 해왔던 기준미달 예외취급 한도를 폐지하고, 예외사유 역시 원칙적으로 없앤다. 또 임대소득은 반드시 임대차계약서에 근거해 산정하고, 추정소득 활용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선 결과 일부 금융사가 예외취급 한도를 전년 신규 취급액의 30%로 높게 설정하거나 RTI '0'인 경우도 대출 취급하는 등 부적절한 사례가 상당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임대소득 이외의 기타소득으로도 상환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차주에 한해서는 금융사가 여신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취급토록 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주택 1배, 비주택 1.2배라는 최소 RTI 기준은 충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