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확대된 데다 폭염, 태풍 등의 영향으로 주요 손보사들의 3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상반기에는 '문제인 케어' 시행으로 인한 실손보험 손해율 증가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23일 SK증권 분석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5개 손보사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한 592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DB금융투자도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4개 손보사의 3분기 순이익이 10.3% 줄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한 탓이다. 7~8월 폭염에 따른 자동차 운행량이 증가한 데다 태풍 등에 따른 차량 침수 피해가 손해율을 악화시켰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보험료 성장 둔화와 폭염, 태풍 등 계절적 사고 증가로 자동차 손해율이 전년 동기 대비 6.8%포인트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손해율이 삼성화재는 6.7%포인트, DB손보 5.3%포인트, 현대해상은 8.6%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고 누적 적자만 4조원이 넘는다. 다만 지난 2015년 10월 시행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정책 영향과 2016년 보험료 인상에 힘입어 자동차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자동차보험 순이익도 플러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보험료 인하 경쟁과 계절적 요인, 정비요금 상승으로 인한 수리비 증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사고 시 소득보상금 증가 등으로 손해율이 악화되면서 손보사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손보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이는 실적과 직결된다"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금융당국이 '문재인 케어'에 따른 반사이익을 반영해 내년도 실손보험료의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은 가입 후 보험료를 납입하면 실제 발생한 병원비를 돌려받는 보험이다. 내년부터는 비급여 항목이 급여 항목으로 전환돼 건강보험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급여 항목이 늘어난다.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보험사가 실손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할 액수가 6.15% 정도 줄어들어 실손보험료가 최대 8.6%까지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2년까지 정부 계획대로 모든 비급여 치료가 건강보험으로 처리되면 보험사의 실손보험금이 13.1∼25.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이미 100%를 웃돌고 있어 보험료 인하 여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6년 131%, 2017년 122%로 매해 100%를 상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2.9%를 기록했다. 100%가 넘으면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보다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에게 실손보험이 팔수록 손해인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실손보험료를 내려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실손보험 손해율은 계속 확대되고 있고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보험료를 동결했는데, 내년에도 동결하거나 내릴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