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유총 "국공립 유치원만큼 지원해주면, 도덕적으로 재탄생 할 것" 등 5가지 제안
- 유치원 사유재산권도 논란
29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는 비리 사립유치원 논란이 사적재산권 논란으로 이어졌다. 사립유치원 측은 유치원 비리가 개인 소유 사립유치원에 설립자나 원장의 투자금에 정부의 지원금이 혼재한 상황에서 일어나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냈고, 의원들은 "제도적 문제가 아닌 도덕성의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날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대위원장은 사립유치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를 빌어 사립유치원이 억울하다고 소명하러 온 게 아니다. 책임 무겁게 느낀다"면서도 "그러나 사립유치원은 생업이었다. 개인에 허가 내준 건 유치원밖에 없다. 학교법인과 똑같이 적용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립 유치원 비리에 대한 사죄를 하면서도, 관련 제도가 없어 일부 유치원에서 비리가 일어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제도적 문제가 아니라 도덕성의 문제"라면서 "노래방 가고, 명품백 사는데 교비 운용했기 때문에 국민 지탄을 받는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도 "국민이 공분하는 것은 제도의 미비가 아니라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 출석 직전 입장문을 내고 사립유치원 설립자의 재산권보장 등 5가지를 제안했다. 이들은 특히 사립 유치원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국공립 수준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한유총이 사립 유치원 비리 사태 이후 공식 입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유총은 입장문에서 "지난 120년 동안 대한민국의 유아교육 현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사립유치원들이 아이들의 교비에 손을 대고 급식비로 배를 불린 비리 주범으로 내몰렸다"며 "공적 요인과 사적 요인이 혼재하며 제도적 구분이 되지 않는 가운데서 '공공재의 사적 유용'이라는 부작용을 탄생시켰고, 그 결과 사립 유치원의 비리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유치원들이 더 높은 도덕성을 갖추도록 제도와 기준을 정립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유아교육의 책무성 및 공공성과 함께 사적 재산권에 대한 인정도 제한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유아교육 정상화 방안 5가지를 제시했다.
한유총이 제시한 5가지 방안은 ▲국공립유치원 수준의 교육복지 지원 ▲사적재산권의 정책·제도적 보장 ▲유아무상교육 등 정책·제도 아이들의 행복에 맞춰 제정 ▲학부모 참여권 확대 ▲사립유치원발전재단 설립이다.
한유총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학부모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동탄지역 한 유치원 학부모 A 씨는 "유치원 원장들의 비리를 제도 탓으로 돌리는 것을 보면서 교육자로서의 자격이 도대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혀를 찼다. 같은 지역 다른 학부모 B 씨는 "유치원 입학설명회가 연기됐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11월에 국공립에 지원해보고 어차피 다 못들어갈테니까 12월에 지원하라고 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B 씨는 "다른 유치원들도 같은 이유로 설명회를 열지 않는 것 같다"면서 "유치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국정감사 모두발언을 통해 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유 장관은 "유아의 학습권 보장과 국공립유치원 확대, 사립유치원 질 개선 등을 책임있게 추진해나가겠다"며 "그 중 유치원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유아교육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사립유치원에 대해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또 "사립유치원들의 폐원이나 집단휴업 등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아래 단호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30일 한유총과 정부가 각각 대책회의를 열기로 하면서,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이목이 쏠린다. 교육부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행정안전부 차관 등과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관계장관 간담회'를 연다. 같은 날 한유총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전국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연다. 이날 대토론회는 비공개로 유치원들은 각 유치원별 2명 이상씩 상·하의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공개로 열리는 만큼 이날 회의에서 집단휴원 등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대책에 대한 대응 수위를 정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