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에게 '생산적 금융'은 구호에 그쳤다.
정부가 가계·부동산 금융 중심의 시중자금을 기업금융으로 돌리기 위해 연일 생산적 금융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요 은행은 올해 들어서도 담보와 보증 대출 위주로 여신 규모를 키워갔다.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니 공공기관의 보증까지 더해져 더 안전한 전세자금 대출에 집중했고, 중소기업 대출 역시 담보와 보증 없이는 돈을 내주지 않았다.
5일 DB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합산 기준으로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대출순증에서 소호대출(개인사업자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각각 28.9%, 23.9%에 달했고, 주택담보대출도 18.3%를 차지했다.
정부가 대출규제 강도를 단계적으로 올리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대출은 여전히 가계대출과 소호대출에 집중됐다. 소호대출은 대부분의 은행이 담보비율도 높고 연체율도 낮은 부동산임대업을 중심으로 늘렸다.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보다 다소 주춤해졌지만 빈틈을 메운 것은 보증부 가계대출로 은행 입장에서 보면 더 안전한 전세자금대출이었다.
나머지 비중을 차지한 중소기업 대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은 "중소기업대출 전문인 기업은행의 경우에도 2015년 이후 담보 및 보증대출이 신규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고, 올해 1~9월의 경우 97.5%에 달한다"며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도 대부분 담보 및 보증 위주라는 점을 생각하면 은행 대출에서 담보 및 보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이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역설적으로 은행들이 몸을 사리면서 경기악화에 금리인상에도 은행 건전성이 문제될 우려는 낮아졌다. 최근 몇 년간 최저 수준이었던 연체율이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차주의 문제일 뿐 담보와 보증을 잡고 있는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은행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최근 5~6년간 늘어난 자산이 심할 정도로 담보 및 보증 위주의 안전자산인데다 가계대출 건전성에 대한 감독당국의 사전적 대응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