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입법예고 시스템에 '유치원 3법' 반대 댓글 수두룩, '사립유치원 성토' 여론과 다른 분위기
7일 국회입법예고 시스템에 올라온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3개 법안에 대한 댓글 대부분이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반대 댓글 내용은 주로 '법안이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등 국내 사립유치원 최대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의 주장과 같다. /캡처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교사들에게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이른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에 반대하는 온라인 댓글을 게재하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유치원들이 해당 법안에 대해 집단 반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7일 13시를 기준으로 국회입법예고 시스템에 댓글이 많은 관심입법예고를 보면,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무려 7677건의 댓글이 달려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어 사립학교법(6152건), 학교급식법(5792건) 등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이른바 '유치원 3법'이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3개 법안에 달린 댓글을 모두 합하면 2만건에 육박해 타 입법예고 1건당 1000건 내외의 댓글이 달리는 것과 비교된다.
이들 3개 법안은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9일까지 입법예고된다. 법안은 정부가 유치원에 주는 '지원금'을 횡령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보조금'으로 성격을 바꾸고, 부당 사용시 반환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또 징계나 중대한 시정명령을 받은 유치원장이 유치원 이름만 바꿔 다시 개원하는 이른바 '간판갈이'를 방지하고 교육부·교육청이 구축한 회계관리시스템 의무사용 규정 등도 포함됐다.
댓글 대부분은 반대 의견으로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를 엄단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여론과는 딴 판이다. 특히 유치원 원장들이 교사들에게 댓글을 달라고 지시했다는 폭로도 제기됐다. 자신을 사립유치원 교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지난 6일 수도권 맘 카페 카카오톡 대화방에 "(원장이)법안에 반대 댓글을 달라고 교사들에게 시키고 있다"며 "사립 원장님들 반성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썼다. 이 누리꾼은 "(원장들은)사유재산을 지킬 생각뿐이다. 유치원에서 강요하는게 너무 어이 없어서 여기 올렸다"며 "지금 도배되는 반대 댓글들은 원장들이 교사에게 시켜서 올라가는 글들입니다. 댓글까지도 써주거나 복사하는 식"이라고 했다.
지난 6일 수도권 맘 카페 카카오톡 대화방에 자신을 사립유치원 교사라고 밝힌 누리꾼이 유치원 원장들이 교사들에게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3개 법안에 반대 댓글을 달라고 했다는 주장을 올렸다. /캡처
특히 반대 댓글 내용을 보면 '법안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거나 '정부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줘, 학부모들이 유치원을 선택하도록 해야한다'는 등 국내 사립유치원 최대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주장과 동일하다.
반대글을 올린 차 모 씨는 "국공립유치원이나 학교와 달리 사립유치원 설립은 철저하게 개인의 노력과 투자로 이루어졌음에도 사립유치원만의 특수성을 무시한채 유치원비 일부가 국가자금에서 들어온다는 이유로 사립유치원을 공공재로 보고 국공립과 같은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사립유치원이 경쟁을 바탕으로 설립자와 원장이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 질 높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애쓰는 현실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했다.
또 김 모 씨는 "교육청에서 유치원으로 주는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아이행복카드로 지원해주기를 원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강 모 씨는 "지원금이던 보조금이던 학부모님께 지급해 주시고 부모님께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학부모나 유치원 교사라고 소개하면서 반대 댓글을 다는 경우도 많다. 사립유치원 교사라고 밝힌 백 모 씨는 "누리 지원금 서류 하느라 수업도 퇴근도 제대로 못한다"며 "에듀파인 도입은 지금 우리 현장 인력의 열악한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교사들에게 업무가 더욱 가중될 에듀파인은 현장에서는 원치 않는다"고 했고, 차 모 씨는 "학부모 입장에서 저는 반대한다"며 "누리과정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지원해주고 사립유치원에게 자율교육권을 주고 선택권을 부모에게 주는 것을 원한다"고 썼다.
이런 댓글에 대해 맘 카페 누리꾼은 "그럴줄 알았다"며 "저는 동의버튼 누르고 의견도 남기고 나왔는데, 반대가 압도적이더라구요. 무슨 알바생을 푼줄 알았다"고 혀를 찼다.
한편 폐원하는 사립유치원들이 속속 늘면서 유치원 입학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 교육부에 따르면, 6일 오후 5시 30분을 기준으로 전국 38개 사립유치원이 폐원신청서를 냈거나 학부모들에게 폐원 안내를 했고, 1곳은 원아 모집 중단을 안내했다. 이는 나흘 전인 지난 2일보다 폐원 안내는 9곳, 폐원신청 유치원은 1곳이 증가한 것이다. 또 원아 모집 설명회를 열지 않거나 보류하는 유치원들도 많아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