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손진영 기자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1년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지 이목이 쏠린다.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이에 따른 대내외 금리 격차 확대,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 금융 시장 불안에 따른 정책 여력 확보 등을 놓고 보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경기 둔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 국내 고용·내수 부진, 경제성장률 하락, 이자 상환 부담 증가 등은 경기 하방 리크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30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가 열린다. 만약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지난해 11월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한 후 꼭 1년 만이다.
현재 기준금리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상·하방 압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금융불균형의 대표척도인 가계부채가 여전히 소득에 비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가계부채와 상관관계가 높은 부동산 시장은 과열돼 있어 '버블'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 연준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 폭은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반면 성장률이 하향조정되는 등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불안 등 해외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종전 대비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한국 경제가 2.6% 성장하고 한은은 2.7%로 예상하는 등 경기 둔화세가 강화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경기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11월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다시 금리인상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동결, 인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한은의 부담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국정감사에서 "실물경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으면 금리인상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이일형 위원에 이어 고승범 위원도 인상 소수의견을 냈고 이후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익명의 위원 2명이 추가로 매파적인 의견을 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경기 모멘텀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으나 통화당국 차원에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 경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경기 판단을 근거로 할 때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2인 개진됐고 추후 공개된 의사록에서 이에 동조하는 의견들이 추가적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경기 불확실성이 높으나 11월이 지나면 금리인상에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한은은 한·미 금리 차 확대에 대비하고 금융불균형 누증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인상을 시도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과 노무라, 소시에떼제네랄(SG) 등 주요 국제 투자은행(IB)도 이달 한은의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오석태 SG 이코노미스트는 "10월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 두 명의 매파 위원이 더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주열 총재는 금융 불균형을 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로 강조하고 있어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