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손진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개최한다. 만약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지난해 11월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한 후 꼭 1년 만이다.
2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6년 5개월 만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이었다.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이에 따른 대내외 금리 격차 확대, 부동산 시장 과열과 15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금융 시장 불안에 따른 정책 여력 확보 등을 보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만약 이번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미 간 금리 차는 최대 1%포인트가 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계속돼 왔으며 지난 3월 한미 금리가 역전됐다.
현재 가계신용은 3분기 기준 1514조원으로 작년보다 95조원(6.7%) 늘었다. 올해 상반기 명목 국민총소득 증가율(3.3%)에 비교하면 증가 속도는 2배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가격과 주고받는 영향이 크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21일 106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시장금리도 오름세다. 28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1.2bp(1bp=0.01%포인트) 오른 연 1.920%로 장을 마쳤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국정감사에서 "실물경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으면 금리인상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이일형 위원과 고승범 위원이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익명의 위원 2명이 추가로 매파적인 의견을 냈다.
다만 여전히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금통위원들이 있어 만장일치 결정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조동철 금통위원이 인상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강한 비둘기파로 추정되는 조동철, 신인석 위원은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금통위를 전후로 경기 둔화세와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은이 내년에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소득 및 소비 둔화로 수요측 물가압력이 강하지 않으며 원자재 가격의 상승 폭도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경제 성장 둔화와 대내외 불확실성 상존, 목표물가 하회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내년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