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2월부터 본청에서 여성 공무원 숙직을 시범 운영한다.이를 두고 공직 사회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유토이미지
서울시가 이달부터 여성 공무원 숙직을 시범 운영한다. 공직사회에서는 남녀 형평성을 도모하겠다는 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울 본청은 12월부터 주 2회에 걸쳐 총 8회, 요일을 달리해 남녀 혼합방식으로 숙직을 실시한다. 현재 본관에서 남성 4명, 서소문 별관에서 남성 2명으로 실시하고 있는 숙직을 이달부터 본관은 남성 2명·여성 2명, 서소문 남성 1명·여성 1명 또는 여성 2명으로 구성해 시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여성 공무원 인원이 많지 않아 남성 공무원들만 숙직을 해왔다"며 "그런데 여성 공무원 비율이 40% 넘게 늘어나면서 남성들의 숙직 부담이 가중됐고, 여성들도 숙직을 마다하지 않아 이달부터 여성 공무원도 숙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서울시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참여 인원의 63%가 여성 공무원 숙직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남성은 66%, 여성은 53%가 여성 공무원 숙직 제도에 찬성했다.
본청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이 일을 계기로 여성들이 힘든 일을 기피한다는 편견이 사라져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없었으면 한다"며 "의무만 부여하고 권리는 앗아가는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실제 서울시에서 5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시의회 권수정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공무원 11만명 중 여성은 3900명으로 35.5%에 달했다. 그러나 서울시 5급 이상 공무원 1698명 중 여성은 397명으로 23.4%에 불과했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남초현상'은 더 심해졌다. 3급 공무원 31명 중 여성은 4명(12.9%), 2급 공무원 19명 중 여성 0명, 1급 공무원 8명 중 여성은 1명(12.5%)으로 조사됐다.
안전 문제를 이유로 여성 공무원 숙직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9급 공무원 이모(29) 씨는 "여성 공무원들은 외부 순찰을 돌 때 특히 더 위험하다. 여자라고 만만하게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별다른 안전대책 없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이유로 여성 공무원 숙직제를 도입하는 것에 반대한다. 여성 공무원도 숙직하는 게 양성평등이냐"고 반문했다.
실제 지난 5월 여성 전용 숙직실에 들어가 음란행위를 하다 적발된 경찰관이 파면되는 일이 있었다. 지난 9월 전북에서는 경찰 간부가 숙직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여경을 추행한 일도 있었다.
같은 달 천안시에서는 여성 공무원이 민원인 수십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은 사건도 있었다. 천안시 신부동 주공2단지 재개발조합 소속 조합원들은 시청에 찾아가 비인가 조합장 인가를 요구하며 이를 말리던 여성 공무원을 수차례 가격하는 등 폭행을 퍼부었다.
서울시는 근무자의 안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본청 및 사업소별 당직 여건을 고려해 청사 방호 등 보완책을 마련해 추진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적이 드물거나 야심해 안전 위협 요인이 상존하는 시간·장소에서 청사 밖 순찰 등 대면 접촉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경우 당직자의 안전·보호장치로 방호직·공공안전관 등과 긴급연락체계를 구축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당직 근무 요령으로 언어·행동 유의, 남녀 공무원 휴식공간 무단출입 금지 등을 당직근무 개시와 함께 교육하겠다"고 덧붙였다.
시가 지난 4월 실시한 '당직 운영 개선을 위한 직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여직원 증가로 남녀 당직 주기 격차가 커지면서 숙직 부담이 커지고 있음 ▲숙직 업무나 근무여건을 볼 때 성별을 구분할 필요가 없음 ▲여직원을 숙직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관례답습적 방식으로 현재 여건과 맞지 않음 등을 이유로 여성 공무원 숙직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대하는 직원들은 ▲야간 민원 응대 시 남직원에 비해 제한되는 경우가 많음 ▲남직원에 비해 육아 등으로 숙직이 곤란한 경우가 많음 ▲여직원 숙직공간 미비 ▲현재 숙직 운영방식으로도 별다른 문제 없음 등을 이유로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