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순으로 정렬한 먹방 유튜브 영상 모습./ 유튜브 화면 갈무리
요즘은 외로움을 '먹방(먹는 방송)'으로 달래는 '허기사회'다. 먹방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건강한 식품선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폭식 조장 미디어·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야당 등 일각에서 "지나친 규제다", "국가주의적인 발상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규제가 아닌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먹방으로 인한 부작용(폭식·비만)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먹방이 폭식과 비만을 유발할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공개한 '2018년 비만에 대한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먹방이 비만 유발을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61.2%가 '그렇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방송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음식이나 과도한 포식 영상이 불필요한 허기나 식욕을 촉진, 비만을 일으킨다는 데 동의했다.
또 설문 참가자 10명 중 6명(60.5%)이 본인의 현재 체형에 대해 '매우 살이 쪘거나 살이 찐 편이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객관적인 비만 수준이 높을수록 본인의 주관적 비만 수준에 대해 유의하게 높게 평가했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먹방이 언론에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2013년이다. 영화 '황해'의 주인공 하정우가 국밥과 김 등을 맛깔나게 먹어치우는 모습이 화제가 됐고, 이후 '아빠 어디가' 등의 TV 프로그램과 유튜브 등에서 '먹방' 열풍이 불었다.
먹방의 인기가 치솟을수록 비만율도 높아져만 갔다. 국내 비만율은 2014년 이후 꾸준히 오름세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2014년 30.9%였던 국내 비만율은 2015년 33.2%, 2016년 34.8%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먹방 규제 반대론자들의 "먹방은 대리만족일 뿐 실제 폭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실제 연구 결과도 있다.
대한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외과 교수)은 지난 1월 한 기자 간담회에서 "먹방 프로그램이 급증하면서 비정상적인 식욕의 자극이 심해졌다"며 "이로 인해 젊은 층의 비만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 '두뇌와 인지 연구실'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음식 사진을 보여주기 전후 뇌의 MRI 사진을 비교해봤더니 욕망과 관련된 부분의 신진대사가 24% 늘어났다"고 했다.
영국 리버풀대 연구진은 SNS 스타의 먹방 영상을 본 아이들은 평균 448칼로리를 섭취했고, 이를 보지 않은 아이들은 평균 357칼로리를 소비했다고 밝혔다. 칼로리 섭취량에서 26% 차이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OECD는 우리나라 고도 비만 인구가 2030년에는 2015년(5.3%)의 약 2배인 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2006년 4조8000억원에서 2015년 9조2000억원으로 최근 10년간 약 2배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암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과장은 "내년 상반기에 먹방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방송국 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비만·의학 전문가, 시민소비자단체를 주축으로 한 '건강 식생활 미디어 환경 협의체'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부에서 먹방을 규제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아이들이 건강한 식생활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방송을 만들 수 있게 전문가 협의체와 연구용역 결과를 논의해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