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업을 영위하는 은행·보험·증권회사 등에 대한 합동검사 결과 같은 신탁 상품에 가입했음에도 수수료를 30배 가까이 차별 부과하거나 고객과 계약한 방법과 다르게 신탁재산을 임의로 운용하는 등 법규를 위반한 사례가 무더기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관련 기관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검토하고 신분제재,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 조치를 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5일 은행 4곳(신한·IBK기업·KB국민·NH농협은행 )과 증권사 3곳(삼성·교보·IBK투자증권), 보험사 1곳(미래에셋생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18일까지 합동검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검사는 올해 초 조직개편에 따른 기능별 영업행위 감독의 일환으로 금융권역 간 신탁 상품의 판매, 운용에 대한 검사 사각지대와 규제차익 해소를 위해 이뤄졌다.
검사 결과 신탁상품 판매, 신탁재산 운용, 신탁 보수 등 세 개 부분에서 위법 사례가 적발됐다.
신탁상품 판매 부문에서는 금융회사들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신탁상품을 홍보하고, 별도의 판매자격을 갖추지 않은 직원들이 신탁 상품을 권유 또는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위험 등급의 주가연계형 특정금전신탁(ELT) 등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에게 확인을 받아야 함에도 투자 부적정 사실을 고지하지 않거나 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 신탁계약 체결 시 운용대상 상품의 종류와 비중 등에 대해 고객으로부터 자필 기재를 받지 않거나 신탁상품을 투자권유하면서 상품의 위험요인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사례도 발견됐다.
신탁재산 운용과 관련해서는 금융회사가 신탁계약 매매주문을 일괄처리하는 경우 자산배분 기준을 미리 정한 뒤 배분해야 하지만 기준에 의하지 않고 신탁재산에 편입하고, 신탁계약이나 고객의 운용지시와 달리 신탁재산을 운용한 경우가 적발됐다.
금융회사가 인수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증권이나 고객 계열사 증권을 불법으로 신탁재산에 편입한 사례도 있었고, 채권 매매거래에 대한 주문기록 등 고객재산 운용 자료를 10년간 유지해야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도 드러났다.
신탁보수와 관련해선 여러 고객이 같은 신탁상품에 가입했음에도 증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고객 간 신탁보수(신탁수수료)를 최대 30배 가까이 차별해 부과한 사례가 발견됐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신탁업 금융회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고객별로 수수료를 차별 부과해서는 안 된다.
이 회사에서는 동일한 상품을 가입한 A고객에게는 연 0.1%의 신탁보수를 받고 B고객에게는 연 2.8%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원짜리 상품으로 가정할 경우 각각 1000원과 2만8300원의 수수료를 차별해 부과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이 차별화했다"며 "금융회사는 수수료를 차별적으로 정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사전에 고객에게 고지를 해야 하지만 이유 없이 차별했고, 그 규모가 크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합동검사 결과 발견된 금융회사의 법규 위반사항에 대해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제재절차를 거쳐 해당 금융회사와 임직원을 조치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치 수위는 명쾌하게 답할 수는 없으나 전례, 규준에 따라 정하려고 한다"며 "과태료 부과 등이 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주요 위반사항은 전체 신탁업 금융회사와 공유하고 자체적인 표준업무절차 마련 등 개선 자율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내년에도 투자자 보호와 관련이 높은 영업행위를 대상으로 여러 금융권역에 대한 합동검사 테마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합동검사 대상 중 유일한 보험사인 미래에셋생명은 위법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적 사항에는 조치도 있고 개선 사항도 있는데 하나도 지적되지 않은 회사는 미래에셋생명"이라면서도 "보험이 리스크 관리를 잘했다는 의미는 아니고, 보험은 신탁이 주력업종이 아니라서 지적 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