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수익성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시작된 노사갈등을 봉합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 조선업계는 2013년 이후부터 이어진 수주가뭄으로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재무상황은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됐다. 결국 회사는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이후 노사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그러나 올 하반기 조선업계가 연이어 수주 낭보를 울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만큼 향후 노사 갈등은 물론 수익성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업체 3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급증하면서 올해 수주실적이 순항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6일까지 LNG운반선 수주실적은 현대중공업그룹이 25척으로 가장 많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14척, 13척을 수주해 국내 3사의 수주는 모두 52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3사의 LNG선 수주실적 11척의 5배 수준이다.
클락슨의 집계로는 올해 세계 LNG선 발주 63척 가운데 54척(86%)을 한국 조선업체들이 따냈고, 나머지 9척은 중국과 싱가포르, 일본이 나눠 수주했다.
특히 16만㎥급 이상인 대형 LNG선은 전부 한국 3사가 수주하는 등 선박 가격이 높은 LNG선 수주가 늘어남에 따라 각사의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 LNG선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무난히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3일 아시아 선사와 17만4000㎥급 LNG선 2척에 대한 수주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6일에는 노르웨이 크누센사와 3만㎥급 중소형 LNG선 건조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달 초에만 LNG선 3척을 수주했다.
이로써 올해 들어 LNG선 25척을 비롯해 컨테이너선 50척, 탱커 51척 등 모두 146척을 수주했으며, 수주 금액은 125억 달러(약 14조원)로 올해 연간 목표액(132억 달러)의 95%를 달성했다.
대우조선은 LNG운반선 14척, 초대형원유운반선 16척, 초대형컨테이너선 7척, 특수선 5척 등 모두 42척을 수주했으며, 수주액은 60억4000만 달러로 올해 목표(73억 달러)의 83%를 달성했다. 대우조선은 5일 미주지역 선사로부터 17만4000㎥급 LNG운반선 2척을 수주하는 등 막바지 수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7일 아시아지역 선사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2척을 수주함에 따라 올해 LNG운반선 13척, 컨테이너선 13척, 유조선·셔틀탱커 15척, 특수선 3척 등 모두 44척을 수주했다. 단 수주 금액은 54억 달러로 올해 수주 목표(82억 달러)의 66% 달성에 그쳤다.
신한금융투자 황어연 연구원은 "2019년에도 조선업계는 완만한 업황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환경규제로 완만한 교체 수요 증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LNG 연료 추진선의 멤브레인 발주로 LNG 보냉재 시장 19.8%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선업계의 수주 낭보에도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환경규제에 대응에 따른 LNG선 특수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수 있고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 과열, 미중 무역전쟁 등 여러 불안요소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LNG운반선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과거에 그랬든 국내 조선소끼리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일 경우 수익성이 생각보다 개선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LNG선 기술은 국내 조선사가 중국과 일본보다 뛰어난 만큼 기회를 잘 살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