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금융과 노동, 주택시장 지표 움직임을 두고 경기침체 국면으로 전환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소수의견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 '미국 경기침체(recession) 가능성 논의 배경'에 따르면 학계와 금융시장에서는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되고 고용시장 과열, 주택시장 부진 등에 따라 최근 미국의 경기둔화가 빨라지고 있다고 봤다.
한은은 "재정을 통한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가 내년 중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속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며 "특히 미국 주식시장이 주요 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로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성장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미 국채 5년물과 3년물 수익률 역전 현상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발생하는 등 장기금리의 상승폭이 제한되면서 '수익률 곡선 평탄화(장단기 금리차 축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 금융시장에서는 1960년대 이후 7차례의 경기침체가 발생했을 때 모두 장단기금리 역전 이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를 경기침체 전조로 보는 시각이 제기됐다. 수익률 역전이 5년물과 3년물 사이에서 나타난 현상을 두고는 단기간 내 침체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왔다.
국채 10년물, 5년물, 3년물 수익률 격차. /한국은행
미 고용시장에서 실업률은 10월 기준 3.7%로 완전고용 수준보다도 낮다. 게다가 실업률 하락세가 108개월간 지속되는 등 과거 7차례 경기상승기(평균 56개월)보다 길고, 이 기간 중 하락폭도 6.3%포인트로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자연실업률과의 격차를 나타내는 실업률갭은 지난해 2분기 6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고, 마이너스폭도 1960년대 이후 4번째로 큰 0.8%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를 놓고 JP모건은 지난달 9일 "과거 사례를 보면 고용시장 과열이 경기침체로 이어진 점에 비추어 이번에도 경기침체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고용시장 과열이 가파른 임금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통화정책이 급격히 긴축으로 전환하면서 경기침체가 도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 주택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투자가 감소로 전환한 가운데 가격이 신축을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이 같은 부진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금리 인상과 함께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건설경기 위축이 결국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따른 소비를 제약해 경기 성장세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이러한 우려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한은은 "최근 장기금리 상승이 제한된 것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미국장기국채 수요가 증대된 영향도 있다"며 "미국 경제 부정적 전망을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경기과열 때와 달리 고용호조 지속에도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이 2%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완만한 긴축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도 "지난달 18일 미국 경기상승 여력이 충분하고 최근 물가상황 등에 비추어 고용호조가 정책기조 급격한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주택시장 부진과 관련해서는 "바클레이즈, 씨티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고용시장 호조에 따른 가계소득 여건 개선 등으로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