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자회사 11곳의 최고경영자(CEO) 중 7명을 갈아치우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내년 3월 말인 이들의 임기만료에 한참 앞선 '깜짝' 인사다. 그만큼 조직쇄신이 절박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사의 배경을 신한금융의 위기의식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KB금융그룹에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긴 데 이어 채용비리와 과거 '신한사태'로 수장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다니게 되면서 선제적인 인적 쇄신으로 위기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발빠른 포석인 셈이다.
◆ 신한금융, 11개 자회사 중 7곳 CEO 물갈이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는 지난 21일 신한은행장을 포함해 자회사 7곳의 CEO를 신규 선임키로 했다. 지주사 출범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파격적인 세대교체다.
외부에서 영입하는 신한생명 정문국 사장 후보(59년생)를 제외한 전원이 60년생 이후의 50대 CEO로 경영 전면에 배치됐다. 이에 따라 그룹사 CEO의 평균 연령은 기존 60.3세에서 57세로 젊어지게 된다.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역시 신한금융 최대 자회사인 신한은행장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위성호 행장은 연임에 실패하게 됐다. 이유는 경영성과 때문이 아니라 검찰 수사가 꼽힌다. 위 행장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 사건에 연루되면서다.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2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지시로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상득 전 의원 측에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것으로 보이는 위 행장(당시 신한금융 부사장)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권고한 바 있다.
자경위는 "퇴임하게 되는 경영진 중에는 경영능력이 출중한 분도 있어 가슴 아픈 결정이었다"며 "하지만 신한의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이런 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꼭 필요한 시기였다는데 뜻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는 누구
신한은행장으로 내정된 진 후보는 신한금융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힌다. 61년생인 진 행장 내정자는 1981년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입행, '고졸신화'를 쓰게 됐다.
진 내정자는 지난해 1월 일본법인장(상무급)에서 경영지원그룹장(부행장)으로 부행장보를 건너뛰고 초고속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지주 부사장으로 임명됐고, 1년 만에 다시 행장으로 올라섰다. 그야말로 발탁 인사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아끼는 후배로 잘 알려져 있다.
자경위는 "진 내정자는 신한 문화에 대한 열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강력한 신한 문화를 통해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안정시킬 최적의 인물"이라며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을 갖춰 그룹 내부의 신망이 두터우며, 조직관리 역량과 글로벌 감각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자경위는 "해외 법인장 재직 당시 보여준 탁월한 경영 성과와 은행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겸비한 점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룹의 최대 자회사인 신한은행장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최종 추천됐다"고 강조했다.
진 내정자의 행장 발탁으로 은행권에서는 또 한 번의 고졸신화가 탄생하게 됐다.
그는 1981년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기업은행에서 행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86년에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후 방송통신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중앙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신한금융에서는 핵심 보직으로 꼽히는 일본 오사카지점장을 지내고,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 부사장과 법인장을 지냈다. 재일교포 주주들로부터의 두터운 신뢰도 이번 행장 발탁의 배경으로 꼽힌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겸손함으로 따르는 후배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