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왼쪽 3번째)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기자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내년 물가안정목표를 2.0%로 유지했다. 제도운용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그동안 물가안정목표를 3년마다 재설정했던 것가 달리 기간을 특정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연 2회 발간하고,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또 한은은 내년에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외 불확실성 요인의 변화 등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임시회의를 열고 2019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 2.0%로 확정했다.
한은은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인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 주요 선진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목표수준을 종전과 같은 2.0%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통화정책의 기본은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다. 1998년 도입된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중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물가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물가는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의 최우선 고려요소다.
특히 한은은 물가안정목표를 2.0%로 유지하되 적용기간은 특정하지 않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 2004년부터 3년마다 새로 목표치를 제시해왔다. 이번 결정은 현행 물가안정목표의 3년 적용기간(2016~2018년)이 올해로 종료되면서 변경된 것이다.
대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연 2회 발간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물가상황에 대한 평가, 물가 전망 및 리스크 요인,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한 향후 정책방향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에 함께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 또는 설명회도 개최된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그동안 3년 단위로 물가안정목표를 재설정하며 점검해왔는데 앞으로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물가안정목표 2.0%를) 바꾸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2년마다 물가안정보고서와 총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물가안정이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 손진영 기자
◆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향후 추가 조정 여부 판단
한은은 내년에도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19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및 물가 흐름 등 거시경제상황과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안정상황을 함께 고려하면서 운영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는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이번에 정한 물가안정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의 변화가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면밀히 점검해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소득증가 속도를 상회하면서 소비와 성장을 제약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가계부채 증가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 가능성과 대외리스크 요인 변화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 제반 여건을 계속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가 1%대 중후반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측 물가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국제유가, 농산물가격 등 공급측 요인의 기여가 축소될 것으로 보면서도 임금상승세 지속, 택시·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이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임금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올해 1%대 초반에서 내년에는 1%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기조 등을 감안하면 오름세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나 성장경로 상에는 상·하방리스크가 혼재"하다며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하방리스크가 다소 증대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외환시장에 대해서는 대외리스크 요인의 불확실성이 작지 않은 만큼 그 전개 양상에 따라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미·중 무역분쟁, 중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시장불안 요인으로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은행 가계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정부의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은행의 기업대출, 비은행 가계대출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 매매가격은 다주택자 및 임대사업자의 자금조달 여력 축소, 부동산 관련 세제 강화,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대체로 안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기관 건전성은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수익성 개선 움직임, 양호한 자산건전성 및 복원력 등에 비추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