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들이 연말 릴레이 수주로 목표 실적에 근접하면서 중국을 제치고 7년 만에 세계 수주 1위 탈환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사업에서의 '수주가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 빅3의 맏형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일찌감치 수주 목표를 넘어섰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들은 올해 조선 부문에서 총 161척, 137억달러(15조4125억원)의 계약을 따내며 올해 수주 목표인 132억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선종별로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25척, LPG(액화석유가스) 15척, 유조선 64척, 컨테이너선 50척, 벌크선 4척, 호위함 2척, 카페리선 1척 등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24일 해외 선사와 2만5000톤급 석유제품운반선(PC선) 여섯 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총 계약규모는 약 1억9000만달러(2137억원)다. 이 선박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건조에 들어가 오는 2021년 1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에 수주한 PC선은 길이 169m, 너비 25.7m, 높이 15.6m 규모다. 자체 개발한 고압용 질소산화물 저감장치(HP-SCR)를 적용해 점차 강화되는 추세인 국제 환경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북미 지역 선주로부터 4258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두 척을 수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매출액 7조9012억원의 5.4%에 해당하는 규모로 오는 2021년 8월15일 선박을 인도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계약으로 올해 조선 부문에서 48척, 61억달러(약 6조8620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조선 부문 수주액인 31억달러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선종별로는 LNG 운반선 17척, 컨테이너선 13척, 유조선·셔틀탱커 15척, 특수선 3척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인 82억달러 중 74%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LNG 운반선 17척, 초대형원유운반선 16척, 초대형컨테이너선 7척, 특수선 5척 등 총 45척 약 65억8000만달러(7조4000억원) 상당의 선박을 수주해 올해 목표 73억달러의 90%를 달성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1∼11월 누적 기준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6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이 1090만CGT(42%)를 수주해 국가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은 11월까지 총 874만CGT(34%)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을 제치고 올해 세계 1위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있다. 올해로 예정됐던 해양플랜트(해저에 매장된 석유, 가스 등을 탐사·시추·발굴·생산하는 장비) 프로젝트가 내년 혹은 내후년으로 미뤄지면서 조선 '빅3' 모두가 수주목표 달성에 실패하게 된 것이다.
올해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해양플랜트 사업은 미국 석유개발사 엘로그가 발주한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 한 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규모가 5억 달러에 그쳐 현대중공업이 내세웠던 해양 부문 목표치(16억 달러) 중 31% 수준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각각 7억 달러, 31억 달러를 목표로 설정했지만 해양플랜트 사업을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추진선 만큼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수주 실적이 없어 고민이다"라며 "발주처가 없어서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