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효과 좋지만… '인플루언서 마케팅' 폐해도 심각
대놓고 협찬 요구에 불법 판매까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대두된 가운데,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만난 호텔 업계 관계자는 "악성 인플루언서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 인플루언서가 "호텔 홍보를 해줄테니 스위트룸을 예약해달라"고 요구한 것. 관계자는 "이미 교류하는(홍모 마케팅을 담당하는) 인플루언서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돌아오는 건 "그럼 그 호텔에 대해 안좋게 이야기하겠다"는 막무가내식의 답변이었다.
인플루언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서 수만~수십만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있는 사람을 말한다. 과거 '파워블로거'를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 파워블로거들이 주로 스틸사진과 텍스트 형식의 콘텐츠로 상품평 등을 달았다면, 이들은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품 리뷰를 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유통업계에서 떠오른 이유는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연예인을 비롯한 광고 모델들보다 솔직한 제품리뷰를 기대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특정한 주제(뷰티·헬스, 가전제품, 게임, 먹방, ASMR 등)를 놓고 구독자들과 쌍방향 소통을 하기 때문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하면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광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예로 2015년 10월 유명 주류 브랜드인 '기네스'는 유명 BJ와 협업해 재치있는 캠페인을 선보였다. 해당 캠페인 영상은 총 147만 조회수(2015년 12월 기준)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다.
기업 입장에서는 연예인을 활용한 고비용의 마케팅보다 다소 저렴한 비용에 고효율을 얻을 수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눈독을 들이는 게 당연하다.
최근에는 기업에서 신제품을 론칭할 때 기자간담회 이후 인플루언서 간담회를 따로 진행할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하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유재석은 몰라도 대도서관(유명 유튜버)은 알아요'라는 우스갯말이 생겼을 정도.
미디어킥스(Mediakix)는 SNS를 이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규모가 2016년 10억 달러에서 2019년에는 20억 달러로 3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인플루언서의 조상 격인 '파워블로거'가 사라진 이유를 살펴보면, 파워블로거가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서면서 순수 정보 공유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업체 측에 무리한 협찬을 요구하는 진상 블로거들이 활개침과 동시에 과대·허위 리뷰를 작성해 문제가 되자 네이버 측에서 파워블로거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액세서리 팔찌를 협찬해주고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런데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목걸이에 반지까지 풀셋으로 무리하게 요구하더라"라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말도 안되는 협찬 요구나 갑질을 하는 경우가 있어 종종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고충도 고충이지만, 소비자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인플루언서가 SNS에 제품을 홍보할 경우, 반드시 '돈을 받고 광고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지만,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업체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상당수 업체는 '대가성 게시물'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광고주들이 광고·협찬 사실을 숨길 때 광고 효과가 크다고 생각해 관련 표시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다.
공정위가 SNS 광고에 대한 첫 제재에 나섰지만, 개인 계정을 일일이 단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 인플루언서가 직접 광고와 판매까지 하는 상품을 구매했다가 낭패를 본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대가성 제품을 받고 리뷰를 작성할뿐 직접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여기에 환불 정책도 명시해놓지 않는 게 부지기수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온라인 거래 시 ▲인터넷 쇼핑몰의 통신판매업자 신고여부 등 사업자 정보를 반드시 확인할 것 ▲청약철회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인터넷 쇼핑몰은 가급적 이용하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