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장기금리가 미국보다 유럽 선진국과 동조화 현상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18년 12월호 조사통계월보 논고'에 게재된 '국내외 장기금리의 동조화 원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장기금리는 선진국과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됐고 특히, 미국보다 유럽 선진국과 상관관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선진국 장기금리 사이의 상관계수는 상승했지만 한국과 재정위기 국가 및 신흥국 간 상관계수는 하락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한국 장기금리는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장기금리 동조화 원인으로 ▲주요국 양적완화 정책 ▲글로벌 저성장·저물가 ▲한국의 양호한 대외건전성 등을 꼽았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장기국채 매입 등으로 기간 프리미엄이 동시에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주요국 장기금리 동조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 프리미엄은 단기채권 대신 장기채권을 보유하는 데 따른 추가적 보상을 의미한다. 이는 장기채권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가격 리스크), 장기채권 부도에 따른 손실(부도 리스크), 만기도래 이전 거래비용(유동성 리스크) 등에 의해 결정된다.
기간 프리미엄 변동요인을 대내외 단기금리 기대 및 기간 프리미엄 충격으로 분해한 결과 독일(70%), 영국(60%) 등에서 기간 프리미엄에 대한 해외요인 설명력이 높은 수준을 보였다. 우리나라 기간 프리미엄의 해외요인 설명력은 2010년 30%에서 2018년 70%로 확대됐다.
미국 기간 프리미엄의 경우 우리나라와 여타 선진국과 달리 대내요인 설명력이 국내 단기금리 기대 요인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2013년 이후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단기금리 기대가 미국의 기간 프리미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이다.
우리나라 및 선진국 간 장기금리 상관계수. /한국은행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저성장·저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내외 정책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한 점도 장기금리 동조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물가상승률이 주요 선진국과 같이 장기간 물가목표를 하회하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우리나라와 주요국 인플레이션의 상관계수가 높아졌다. 특히 기대 인플레이션은 미국(0.64)보다 유로지역(0.74)과 상관계수가 높게 나왔다.
유럽국가와의 경제성장률 상관관계도 높아졌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성장률의 독일(0.38 → 0.70), 스위스(0.32 → 0.65), 스웨덴(0.34 → 0.61) 등 유럽선진국과의 상관계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선진국 수준의 양호한 대외건전성도 국내 장기금리가 주요 선진국과 동행하게 된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높은 재정건전성과 양호한 대외지급능력 등으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다는 설명이다.
2014년 이후 대외금융자산이 대외금융부채를 초과하는 대외 순채권국으로 전환됐으며 대외채무비율(명목GDP 대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단기외채비율(대외채무 대비)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보고서는 "향후 유럽중앙은행(ECB) 등 여타 주요 중앙은행이 본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 장기금리가 선진국 장기금리와 동반 상승할 수 있다"며 "선진국 장기금리 흐름에 주목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