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보험사 운용자산 이익률. /금융감독원
통상 금리가 상승하면 주로 채권투자로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사 입장에선 운용자산 이익률이 오르면서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다지 호재는 아닌 모양이다.
금리상승으로 인한 채권가치 하락으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험사들은 주로 안전성이 높은 장기채권에 투자하는데 경기 둔화로 장기금리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생명보험사의 국내 채권투자액은 325조5161억원으로 총 운용자산(676조2513억원)의 절반에 달한다. 외화유가증권 투자액(94조3405억원)도 대부분 채권에 투자됐다.
손해보험사의 국내 채권투자액과 외화유가증권 투자액은 각각 81조7425억원, 28조7655억원이다.
같은 기간 보험사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평균 3%대를 기록했다.
생명보험 상위 8개사를 보면 삼성생명 3.9%, 한화생명 3.6%, 교보생명 4.0%, NH농협생명 2.9%, 미래에셋생명 3.2%, 오렌지라이프 3.7%, 동양생명 2.9%, 신한생명 3.4% 등을 기록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삼성화재 3.4%, 현대해상 3.3%, DB손보 3.5%, KB손보 3.2%, 메리츠화재 4.5%, 한화손보 3.9%, 롯데손보 3.5%, 흥국화재 3.4% 등이었다.
이처럼 보험업계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4% 이하의 운용자산 이익률을 기록해 왔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보험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업계 특성상 안정성이 높은 장기채권 등에 투자하는데,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금리도 인상되기 때문이다.
채권금리가 오를 경우 주로 채권투자로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채권 운용 수익률 증가에 따라 운용자산 이익률이 높아지고, 이는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저축성 보험의 역마진도 축소될 전망이다. 과거 보험사들은 경쟁적으로 5% 이상 고금리 이율을 적용하는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했다. 특히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을 주로 팔았던 생보사들은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로 인해 운용자산 이익률이 금리보다 낮아 역마진에 시달려 왔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고객에 주기로 약속한 금리는 평균 4.14%인 반면 운용자산 이익률은 평균 3.6%에 그쳤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금리 상승은 운용자산 이익률 개선과 새로운 자금 창출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손해보험 업종보다는 고질적인 이차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생명보험 업종에게 펀더멘털 측면에서 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금리상승이 보험사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인상으로 채권가치가 떨어져 현재 보유 중인 채권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무제표상 증권을 만기보유증권 계정으로 분류하면 장부가격과 이자만 반영되지만 매도가능증권 계정에 쌓으면 금리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에 반영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생·손보사의 매도가능증권 금액은 각각 346조2930억원, 140조6404억원이다.
이는 보험사의 보험금지급여력(RBC)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장금리상승 충격 시 보험사의 RBC비율이 규제수준(150%)까지 떨어질 수 있다.
장기금리 상승이 제한적인 것도 변수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민간소비 둔화,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장기금리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원 등 국내 연구소들은 내수부진과 수출 둔화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낮은 2.5~2.7%로 전망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지 않는다면 금리위험이 큰 보험회사는 금리위험액 축소를 위한 자산운용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저금리 환경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자산듀레이션을 확대하고, 금리부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자산운용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