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폭염·한파… 20~30년 후 전혀 다른 세상 전조"
- '북극 해빙 녹는다' 첫 보고 피터 와담스 교수 저, 이준호 번역·출간
사진은 북극해 여름 해빙의 융해 웅덩이다. 이 같은 웅덩이가 여름에 좀 더 일찍 나타나면 얼음을 완전히 녹여버릴 수도 있다.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지난 여름 서울의 기온이 영상 39.6도까지 올라가 온열 질환으로만 40여 명이 사망했다. 올 겨울 들어서는 영하 10도 안팎의 급격한 기온 하강이 1~2주간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한파 특보가 발효되는 등 한반도에 이상 기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아시아나 유럽 등 지구 대륙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이런 기상 이변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가 꼽힌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해 얼음의 붕괴에 주목한 '빙하여 잘 있거라'가 최근 한반도 이상 기후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책은 지난 1990년 북극 해빙의 두께가 얇아지고 있다는 증거를 최초로 제시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피터 와담스 교수가 썼고, 경희대 이과대학 지리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자연지리학을 전공하고 영국 레딩대에서 기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준호 박사가 번역해 지난달 20일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이 출간했다.
기후 변화는 1968년 달 탐사선 아폴로 8호가 찍은 '지구돋이'라는 사진에서 지구 꼭대기가 하얀색이었지만, 현재는 북반구 여름에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꼭대기가 푸른색을 띠는 것에서 그 실상이 드러난다. 북극해의 얼음이 사라지면서 기후 변화가 진행되는 증거다.
실제로 1970년대 80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했던 북극해 여름 얼음은 현재 절반으로 줄었다. 두께도 1970년대에 비해 40% 이상 얇아졌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머지않아 여름 얼음은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해 얼음 소멸은 온도상승으로 인한 것으로, 온도 상승의 주범은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의 자연적 수준은 280ppm인데 현재 수준은 409ppm이다. 산업화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으로 120ppm 정도가 대기에 추가된 셈이다. 이산화탄소로 인해 더 많은 지구복사가 흡수되면서 지구 온도는 상승한다.
책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북극 해빙의 소멸이 다시 기후변화의 중대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드러나면 태양복사 반사율인 '알베도'가 떨어지고 바다 위 따뜻해진 기단이 해안으로 이동, 육지의 눈을 녹여 알베도를 또 감소시킨다. 산성화된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감소하는 등의 현상으로 온난화는 가중되고 해빙 붕괴도 심화된다.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지구 가열이 가속화되는 셈이다.
책에 따르면, 이러한 현재의 기후 변화는 전체 온난화 효과의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의 모습이 드러나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책은 나머지 절반의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지 대안을 모색한다.
피터 와담스 교수는 책에서 "인간이 무분별하게 배출한 이산화탄소, 그에 따른 지구 온도의 상승과 북극의 가속화 작용, 폭주하는 지구온난화의 종착점은 암담하다"며 "획기적인 대책이 없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세상이 20~30년 후에 찾아온다. 2100년에는 극심한 온난화로 견디기 힘든 삶이 이어지며 그 끝은 뜨겁고 건조한 죽음의 세계다"고 경고했다.
책에서는 온난화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만으로 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면서,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직접 공기 포집'을 제시했다. 한쪽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후 다른 쪽에서 배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장치는 비용을 더 낮춰야 하는 과제가 있다. 비용을 낮추는 기술 개발때까지 물방울이나 에어로졸을 대기에 주입해 태양복사를 반사함으로써 온난화 속도를 줄이는 지구공학 지식을 이용한 임시 처방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책은 북극 얼음의 중요성과 그 붕괴에 따른 재앙을 심도 있게 논하고, 얼음의 물리적 특성, 지구의 기후 역사를 짚어보며 얼음의 역할을 조명하고 수많은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북극의 위기를 추적한다. 과학적 배경지식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면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입문서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희대출판문화원 번역·발간, '빙하여 잘 있거라'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