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작년 12월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손진영 기자
오는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는 현 수준인 1.75%로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지 여부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2.25%~2.50%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에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며 금리인상에 속도 조절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내외금리차 확대 부담을 덜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금리인상 이후 각종 실물경제 지표의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기준금리는 1.75%로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이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동시에 낮출 경우 시장에서는 올해 내내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지난해 경제성장률 달성 여부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향하고 있다. 한은은 오는 22일 2018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발표한다. 올해 경제전망은 24일 금통위 직후 발표된다.
한은은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3%에서 2.7%까지 두 차례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달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투자와 수출, 내수가 모두 부진한 상황이어서다.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은 반도체 경기 둔화로 증가세가 꺾였다. 지난해 12월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8.3% 감소해 27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다.
투자는 역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7%, -8.8%를 기록했다. 각각 5년, 1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설비투자는 지난해 9월과 10월을 제외하고 3월부터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다.
이렇다 보니 올해 경제성장도 더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과 같은 2.7%로 전망했다. 하지만 10월 이후 수출을 주도해온 반도체가 부진한 데다 소비, 투자, 고용지표가 악화되면서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6%로 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올해 물가상승률을 연 1.7%로 전망했는데 24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물가 전망치를 1.5% 혹은 1.6%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물가상승률 하향 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일 신년 간담회에서 "지난해 10월부터 국제유가가 많이 떨어져 물가상승률은 생각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2분기부터 둔화된 국내 경기 흐름과 12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출 증가율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지난해와 올해 성장률을 각각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도 분기 평균 0.6%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GDP 증가율은 2.4%가 예상되므로 한은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