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다국적제약사 릴리에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한 'BTK 억제제'(프로젝트명 HM71224) 계약이 4년여 만에 결국 해지됐다. 지난해 임상시험을 중단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개발 권리를 모두 넘겨받게 된 것이다. 한미약품은 이 후보물질을 독자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23일 파트너사 릴리가 라이선스 계약했던 BTK 억제제의 권리를 반환했다고 공시했다.
HM71224는 한미약품이 2015년 3월 릴리에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생체 활성화 효소인 'BTK'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면역질환 치료제다.
한미약품은 당시 릴리로부터 계약금 5300만달러(약 597억원)를 받았고, 이후 임상개발, 허가, 제품화 과정에서 '마일스톤(개발 단계별 기술료)'으로 최대 6억4000만달러(약 7210억원)를 추가로 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던 지난해 2월 릴리는 해당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2상 중간 분석 결과, 목표하는 약물의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한미약품은 신약을 류머티즘 관절염이 아닌 다른 적응증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1년이 채 되지 않아 릴리는 해당 후보물질의 모든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권리가 반환되더라도 한미약품이 이미 수령한 계약금 5300만달러는 릴리에 돌려주지 않는다. 한미약품은 BTK 억제제 권리 반환으로부터 90일 이내에 모든 임상 및 개발 관련 자료를 릴리로부터 이전받기로 했으며, 이후 이 약물의 다른 적응증 개발 작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릴리가 모든 임상 자료 및 BTK 억제제 시장을 포괄적으로 재검토한 후 이 약물의 권리를 반환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권리 반환이 현재 진행 중인 한미약품의 다른 신약개발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약품은 비만·당뇨, 항암, 면역질환, 희귀질환 등 분야 27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한미의 첫 글로벌 바이오신약인 장기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작년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시판허가가 신청됐다. FDA 검토 절차가 순조로울 경우, 이르면 올해말쯤 허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혁신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은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진행 중인 임상 2상 중간 결과가 올해 하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며, 사노피와 얀센에 라이선스 아웃된 비만·당뇨 치료 바이오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과, HM12525A의 임상 2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 개발은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끊임없는 도전 끝에 이룰 수 있는 성취"라며 "27개 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발 속도를 높여 2~3년 뒤부터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신약들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