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제도에 대한 재계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국회가 기업들의 고민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27일 본지의 국회 입법안 분석 결과,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등 11명은 재량 근로시간제도 범위를 확대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재량 근로시간제는 근로기준법 58조 3항에 따라 전문업자의 경우 재량으로 업무 수행이 가능하면 근로시간과 관계 없이 서면 합의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현행법은 재량 근로 허용 대상 업종을 ▲신기술 개발 등 연구업무 ▲정보처리시스템 설계업무 ▲언론·방송 ▲광고 고안업무 등으로 제한한다.
그러나 이처럼 한정된 범위는 산업 발달로 전문업종 업무가 다양해지는 것을 반영하지 못해 제도 활용에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근로기준법 52조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기업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하지만 대상은 '자연재해와 재난'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번 입법안은 직무 특성상 근로시간 총량 자체를 주 52시간 이상으로 늘려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할 경우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마련했다.
가령 ▲석유화학이나 정유, 철강업 등의 대정비 작업 ▲조선업 시운전 ▲건설업의 기상 상황에 따른 지연된 공기보완 ▲통신업의 긴급복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탄력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기업의 경우 갑작스런 휴가나 퇴사 등으로 인력 공백이 발생하면 다른 근로자가 대체 근무를 하더라도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사전에 근로자와 협의한대로 업무가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기업의 35.7%는 임금보존과 인력배치를 둘러싼 노동조합과 회사 간의 갈등을 우려했다. 생산조절에 따른 생산성 감소와 추가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도 우려도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31.2%가 생산차질과 납기준수 곤란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으며, 19%는 구인난으로 인한 인력부족을 문제로 생각했다.
최근 국내 5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메트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업은 상황에 따라 근로제를 유동적으로 적용해달라고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규제를 만들어 옥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외국의 경우 독일·프랑스·일본 등은 근로시간 총량 확대를 제도화했다. 기업은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경우 행정관청 승인을 얻어 추가 연장근로를 실시한다.
일부에선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이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노동시간 연장을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입법안의 경우 근로자의 동의와 함께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한시·제한적으로만 활용하도록 규정해 남용 여지를 줄였다. 임산부와 미성년 근로자는 연장근로 적용제외 대상이라는 규정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