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에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때문에 향후 상황에 따라 원유 공급가 협상에서 우리측이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가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아람코는 세계 원유생산량의 15%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로 현대오일뱅크의 업계 최고 고도화율(40.6%)과 업계 1위 수익성 등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이번 투자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인수하면서 국내 4대 정유업체 중 SK이노베이션만 제외하고 모두 외국계 대주주를 갖게 됐다.
아람코는 S-OIL의 지분을 63.41%나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번에 현대오일뱅크 지분까지 인수하게되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당장 현대오일뱅크의 중동산 원유 수입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S-OIL은 원유전량을 사우디로부터 들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원유 시장 상황에 따라 아람코가 S-OIL과 현대오일뱅크에 대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불리한 원유공급가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향후 원유 상황이 불안할 때 원유 공급가와 공급량 현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고 국내 에너지 공급 안정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현대오일뱅크와 S-OIL의 대주주가 된 아람코가 두 회사의 이사회 정보를 공유할 경우 '이해 상충'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가 2대 주주인데다 경영권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어서 당장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정유 4사 중에 대주주가 외국계가 아닌 곳이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며 "당장 국내 업계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해외 자본의 이해에 따라 원유 수입선 다변화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람코사는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원으로 산정해 주당가치 3만6000원 수준에 인수할 계획이다.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부채는 16조2843억원이며 자본금은 13조6853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19.0%에 달한다. 이번 오일뱅크 지분 매각으로 자기자본이 상승하면 현재 100%를 웃도는 부채비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