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아이텍은 지난 11일 33억4804만원 상당의 파생상품 거래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대비 17.9%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회사 측은 "전환사채 주식전환에 따른 파생상품 거래손실 발생"이라고 설명했다.
카페24도 지난해 540억원의 파생상품 거래손실이 발생했다. 자기자본의 75.93%에 해당한다. 투자자들은 당황했고 공시 다음 거래일인 16일 카페24 주가는 하락했다. 그러나 회사는 "실제 손실이 발생하거나 현금 유출이 아닌 사안으로, 회사 실적과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곧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기업들의 공모 CB(전환사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Refixing)'이 급증하면서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리픽싱 조건이 부여된 경우 전환권 대가가 회계장부상 부채로 인식되고 있어 자본잠식 등에 따른 피해도 걱정꺼리로 떠올랐다.
30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코스닥 기업의 리픽싱 공시 건수는 1000건을 넘어섰다.
거래소에 공시된 파생상품 거래손실 발생 건수는 24건으로, 직전 5개 연도 평균 2~3개를 크게 웃돈다. 파생상품 평가손실 금액이 자기자본의 10% 이상일 때만 의무공시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기업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케페24 외에도 와이오엠의 경우 자기자본(93억원)의 277%에 해당하는 259억원의 파생상품 손실을 신고해야 했고, 에이아이비트는 자기자본(174억원)의 100%가 약간 넘는 175억원을 파생상품 손실로 인식했다.
오스테오닉은 지난해 상반기 결산에서 39억5177만원 규모의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회사 측은 "전환상환우선주 및 전환사채의 보통주 전환 시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했다"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라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반영했으며, 계상된 금액은 현금 유출이 없는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증권 상장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504억원의 파생상품거래 손실이 발생했다. 회사 측은 "전환사채에 대한 매도청구권, 통화선도 등에 따른 것이다"고 설명했다. 동성제약도 144억원 규모의 파생상품거래 손실이 났다. 회사 측은 "파생상품(전환사채,통화선도) 평가손실을 인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픽싱(refixing·가격재조정)' 조건이 붙은 전환사채는 주가가 떨어져도, 올라도 걱정이다.
주가가 떨어질 경우 전환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항이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즉 주가가 떨어지면→전환가격을 낮추고→주식물량이 그만큼 늘어나고→다시 주가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반면 주가가 오를 경우 기업들은 자본잠식 등을 걱정해야 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자본잠식률 50% 이상 혹은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기준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현행 회계 기준으로는 리픽싱 조건이 있는 전환사채의 전환권 대가는 파생상품 부채로 분류하고, 전환권을 공정가치로 평가한다.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 가치가 상승하고, 그 차액을 파생상품 손실로 회계처리하기 때문에 현금유출이 없음에도 기업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홍지연 선임연구원은 "주가 하락시 전환가액 조정에 의한 소액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환사채의 리픽싱 횟수 및 기간을 제한하거나 발행 한도 등을 제한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면서 "기업의 전환사채 발행이 증가하면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주가 상승시 현금유출이 없는 손실이 발생하여 장부상 손실이 확대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