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폭 피해자 동의시 학내 자체해결키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는 내년부터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전문화
- '경미한 학폭' 기준 모호… '별거 아닌' 학폭 있을까 의문 제기
학교 폭력의 사안이 경미하고 피해자가 동의할 경우 그 내용을 1회에 한해 가해 학생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 모든 학교폭력에 대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부를 의무함에 따라 가·피해자간 소송 등 갈등이 늘자 교육부가 교육적 해결에 방점을 찍는 학교폭력 대응절차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학교폭력은 대부분 언어폭력이 많고 가해자의 경우 '장난이었다'는 인식이 많아 학교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될지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사안에 따라 학교내에서 자체적으로 교육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취지의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결과와 이에 따른 개선방안을 30일 발표했다.
◆경미한 학폭은 학내 자체 해결에 방점
이번 개선방안은 그동안 모든 학교 폭력이 대해 학교 내 학폭자치위에서 다뤄지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간 소송을 부추기는 등 학교폭력 예방과 대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교육적 해결의지를 약화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학폭자치위 도입 이후 학폭 관련 재심 건수는 2013년 764건에서 4년 뒤인 2017년 1868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고, 행정심판 건수도 같은 기간 247건에서 643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이 28건 발의된 상태다.
교육부는 폭넓은 국민 의견수렴을 통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11월 학교폭력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숙려제를 진행해 왔다. 학생과 교사 등 교내 인사 15명, 변호사 등 전문가 15명 등 30인으로 구성된 정책숙려제 참여단 설문조사 결과,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동의할 경우 학교 차원의 교육적 해결을 지지하는 의견이 59%로 반대(31%)의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고, 학생부 기재 완화에 대한 의견도 찬성(62%)이 반대(31%)보다 두 배 많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학교폭력 대응에 있어 현재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참여단 권고안을 수용해 학교폭력에 엄정 대처하되, 사안에 따라 학내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2020년 1학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 및 변호사 등 전담조직 확충 △학폭 은폐·축소 시도 확인시 교원 징계 가중, 가해학생에 대한 가중 조치 근거 마련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학폭자치위에 회부하지 않고 학내에서 처리할 경우 학폭에 대한 은폐·축소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5단계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학내 자체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동의해야하고, △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 피해 시 △재산상 피해 없거나 복구된 경우 △지속 학폭이 아닐 것 △보복행위가 아닐 것 등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교육적 해결 여부는 학교장이 단독으로 판단하지 않고, 학칙으로 정하는 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토록 했으며, 교육적 해결 후에도 피해자 측이 요구할 경우 학폭자치위를 개최하도록 했다. 아울러 학내 자체해결 사안의 경우도 학폭자치위와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했고, 향후 은폐·축소 확인 시 다시 학폭자치위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경미한 학교폭력' 기준 모호… 대수롭지 않은 학폭 있을까?
교육계에서는 학교 폭력에 대한 교육적 해결에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경미한 학교폭력의 기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해 자칫 학교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는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한국교총)는 이번 방안에 대해 "이번 방안은 한국교총이 그동안 지속 요청한 사안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이번 방안 시행을 위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이 개정돼야 하는 만큼 교육부가 조속한 법 개정 추진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교총은 그러나 "다만 학교 자체 해결에 대한 은폐 우려 불식을 위해 '경미한 사안의 기준'을 명료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학교 자체 해결제를 도입하면서 피해자 측이 요구하면 다시 학폭위를 개최하도록 한 부분은 신중한 검토와 보완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가해학생 처분 중 학생부 기재를 유보하는 것은 가해학생에게 회복적 교육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학폭에 대한 학생들의 불감증을 조장하거나, 가벼운 처분을 받기 위해 불복 재심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도 충분히 검토해 마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