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교육청, 한유총 실태조사 결과 발표
- 단체카톡방서, 유치원 휴업·폐원 조장, '유치원 3법 저지' 야당에 불법 쪼개기 후원 정황 포착
- 한유총 입장문, '휴업·폐원 독려, 쪼개기 후원 지시'는 부정… "회계처리 부실 밝혀지면, 시정하겠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교육비를 회비로 냈고, 이를 한유총이 엉뚱한 곳에 펑펑 쓴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 휴업·폐원을 독려하고,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야당에 불법 쪼개기 후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2월 12일~21일까지 8일간 사단법인 한유총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내용의 중간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이에 따라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 등 5명에 대해 검찰에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수사의뢰하기로 했다.
실태조사 결과, 한유총은 소속 사립유치원 회원 3173명 대다수가 유아교육에 직접 사용해야 할 학부모 부담 교육비 회계에서 한유총 회비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교육비가 한유총 회비로 납부된 금액은 연간 30억1435만원~36억4895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시교육청은 "한유총 회원은 일반회비와 특별회비를 포함해 1인 연평균 95~115만원 내외의 회비를 납부하고 있었고, 지난해 1~2월 한유총이 회원들에게 보낸 자료에 의하면 교비회계에서 회비를 납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며 "경기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 감사에서 나타난 교비회계에서 회비 납부(사적 사용)가 확인된 점,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도 동일 사례가 확인되어 보전 조치한 바 있는 등을 종합해 회원 대다수가 회비를 유치원 교비회계에서 납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조성된 회비도 부적절하게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과세업자에게 물품·용역비 등을 지출하면서 54건, 3억5453만원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았고, 이 중 특정 이사 소개로 8~9년 전부터 거래한 특정 업체와 29건(1억4404만원) 거래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이사장 판공비(1억3800만원), 자문료 등 76건(5422만원)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도 하지 않았다. 강의료와 지회교육비 200만원이 적정 수령인이 아닌 이사장과 서울지회장에게 지급됐다.
지원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지회육성비는 이사장과 지회장 개인 계좌로 입금됐으나,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지급된 지회육성비가 다시 법인으로 되돌아오는 방식의 횡령·배임의 정황이 드러났다.
법인 회비는 공급으로 비록 단체에 속하는 회원이나 회원의 대표라 할지라도 개인적 판단이나 이해관계로 회비를 사용하거나 변통할 수 없으며, 오직 단체 목적과 전체 회원이 정한 바에 따라 사용되야 한다. 또 회원에게 언제나 거래내역이 공유될 수 있어야 하지만, 한유총은 회계장부나 세무 관련 서류 등을 제대로 구비하지 않고 그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게 하는 등 회비를 방만하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사립유치원 회원들에게 "전국 폐원 모두 동의해 주세요. 학부모가 벌떼같이 일어나야... 전국 동시 폐원. 그게 바로 학부모가 벌떼같이 일어나는 길..."이라며 학부모를 동원해 휴업과 폐원을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시교육청은 전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유치원 3법 개정 저지를 목적으로 회원 3000명이 있는 단톡방에서 회원들에게 정치자금법 제11조에 의한 기부한도를 넘기지 않는 범위 내의 후원 금액(10만원 정도)과 국회의원의 계좌번호를 제시해 후원금 입금을 독려했고, 실제 회원들이 후원금을 입금했으나, 문제가 불거지지 해당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후원금을 돌려준 정황도 확인됐다.
조희연 교육감은 "마땅히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유아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노력은 제쳐두고 유아와 유아 학부모를 볼모로, 법인 임원이 주도해 법인 설립의 목적에 해당하는 사업이 아닌 일명 '사적 특수이익을 공공의 이익과 혼동하여 우선 강조하는 사업'을 매년 반복하고 있는 법인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이덕선 위원장 등 한유총 임원 5명에 대해 공금 유용, 횡령, 배임과 '불법 쪼개기 후원'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회할 계획이다. 또 수사기관 수사 결과 등에 따라 법인 설립허차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한유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회계 부정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30일 상근직원 전원이 퇴직함에 따라 업무단절이 있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잘못된 사실이 있다면 바로잡겠다"고 했다.
다만 대다수 회원이 학부모 부담 교육비를 회비로 납부한 혐의에 대해서는 "추정에 불과하며 일반화의 오류가 있어 보인다"며 "연합회 회비는 지회에서 수납해 총회로 입금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회비 납부 형태를 알 수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단체대화방을 통해 유치원 휴업·폐원을 조장하거나, 야당 국회워원에 후원을 독려한 사실은 부정했다. 한유총은 "단체대화방은 주인이 없는 곳으로 지시가 가능하지 않다"며 "설령 (서울시교육청이)열거한 내용들이 연합회 소속 회원이 했다고 할지라도 개인의 주장일 뿐 연합회가 지침을 내린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