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적극적인 주 주권 행사를 결정함에 따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일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적극적인 주 주권 행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향후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겠지만 한진칼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수탁자 활동을 벌이기로 하고, 정관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3월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진그룹 경영활동 위축 우려…행동주의 사모펀드 주목
한진그룹이 국민연금의 한진칼 정관변경 추진에 경영활동 위축을 우려했다. 최악의 수로 꼽혔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해임이나, 사외이사선임·추천 등에 대한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존재하고 있다.
국민 기금운용위원회가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 범위에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과 관련해 한진그룹은 "한진칼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민연금에서 정관변경을 요구해 올 경우 법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운용위가 추진하는 정관변경은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이다. 현재 배임·횡령 등으로 줄줄이 재판을 앞두고 있는 조양호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운용위가 한진칼에 대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해임이나 사외이사선임 등의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진그룹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로서 공개적으로 조 회장의 경영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현재 KCGI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지배구조 개편을 겨냥하고 있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 엔케이앤코홀딩스, 타코마앤코홀딩스, 그레이스앤그레이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0.81%와 한진 지분 8.03%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를 확보한 3대 주주로, 대한항공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다. 양쪽의 압박은 조 회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관변경 한진에 유리
조 회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라 정관을 변경하면 재판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의 '자동 해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오너가 해임을 위한 정관변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관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야하며 주총 정족수(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참석)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조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가진 지분은 28.93%다. 국민연금(7.34%)과 토종 사모펀드인 KCGI(10.71%)의 지분을 합치고 나머지 투자자 지분을 가져온다고 해도 참석 주식수의 3분의 2를 넘기기 쉽지 않다. 국민연금과 KCGI가 얼마나 많은 의결권을 확보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 국민연금 기금위는 임원 해임, 사외이사 선임, 의결권 사전공시 등을 이번엔 행사하지 않으며 대한항공에 대한 개입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정해 우회적인 경영 압박을 가하겠다고 밝혔고, 한진칼에 대해 일단은 제한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번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지만 향후 압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며 "KGCI의 등장은 국내에서 주주 행동주의 펀드 확산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번 사안을 평가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컴플라이언스위원회(준법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 등의 개선 노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자체 혁신안을 통해 임직원과 외부 주주의 신뢰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