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 시안시에 있는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라인./뉴시스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계에 새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메모리 시장 재패에 이어 미래 먹거리로 비메모리를 선택하면서다. 2030년에는 비메모리 부문 1위 탈환까지 공식화한 상황, 구체적인 사업 부문에 관심이 쏠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회사 안팎에서 비메모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방문시에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세계 1위 달성 목표를 선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3T2. /삼성전자
◆미래 책임질 비메모리는
이를 위한 첫번째 행보는 이미지센서가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올 2분기 세계 최초의 6400만화소 이미지센서 출시를 약속했다. 지난해 '아이소셀' 브랜드를 론칭하고 이미지센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이후 불과 1년만이다.
이미지센서는 인식한 빛을 디지털화해 저장해주는 장치다. 스마트폰 멀티카메라가 확대되는데다가, 방범 장비와 자동차 부품 등 쓰임이 크게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20% 수준으로 일본 소니(약 50%)에 크게 뒤쳐져있지만, 최근 이스라엘 코어포토닉스를 인수하는 등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빠르게 시장을 추가로 잠식하는 중이다. 수량 기준으로는 점유율이 30.4%로 소니(31.7%)를 바짝 추격 중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도 올해 위축된 비메모리 부문을 보완해줄 주요 사업 분야다. 지난 컨콜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EUV(노광장비)를 활용한 7㎚(나노미터)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파운드리는 반도체를 위탁 생산해주는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점유율 14%로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이 유력하다. 전년(약 7%)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특히 올해 삼성전자는 TSMC와 미래를 건 정면대결을 앞두고 있다. 7나노 미만 미세 공정에서다. 글로벌 파운드리와 UMC 등 경쟁 업체들이 미세 공정을 포기한 상황, 삼성전자와 TSMC만이 미세 공정 양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단은 TSMC가 앞섰다. 일찌감치 종전 방식인 불화아르곤(ArF)를 이용한 7나노 공정을 도입해 100여개 제품 수주에 성공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EUV를 도입하면서 더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ArF 공정은 수나노대 반도체에서 복잡하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최근 TSMC가 공정 불량으로 웨이퍼 최대 10만장을 폐기하는 등 신뢰도 문제를 일으키면서 삼성전자에도 반사이익이 기대됐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역시 삼성전자의 훌륭한 먹거리 중 하나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과 자동차 등에서 AP 탑재가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액시노스를 스마트폰 뿐 아니라 전장용으로도 출시한 상태다. 최신작인 액시노스 9820에는 인공지능(AI)을 하드웨어로 구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정은승 사장. /삼성전자
◆'차세대메모리로 초격차 유지' 전략
단,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분을 포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 4일 설 연휴를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공장인 중국 시안에서 보냈다. 메모리 시장 변화에 따른 대책 마련과 현지 분위기 점검, 2공장 가동 시기 조율 등 목적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우선 생산성 효율 제고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컨콜에서 삼성전자는 2018년까지 D램 1y공정을 70%까지 올렸다며, 올해에도 이를 더 확대해 수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격차' 전략도 이어나간다. D램에서는 1x 공정 양산 시작과 그래픽카드용 GDDR6 등 고성능 제품을 확대 등을 계획했다. 낸드플래시에서는 5세대 V낸드 양산과 동시에 차세대 낸드 개발도 지속한다.
특히 올해에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 상용화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핀주입자화반전메모리 'STT-M램'과 상변화메모리 'P램'이 주인공이다.
M램은 자기식 메모리로 D램보다 빠르고 내구성도 높은 제품이다. 지난해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정은승 사장이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시스템 반도체에 캐시메모리 형태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전장 부품으로 활용도가 높아서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P램은 물질 상태를 바꿔 기록하는 방식이다. D램보다는 느리지만 비휘발성 메모리인데다가, 낸드플래시보다 빠르고 내구도도 높아서 SSD와 램을 통합할 장치로 기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04년 세계 최초 64MB 제품 개발, 2010년 세계 최초로 양산해낸 바 있다. 이후 사업성을 이유로 양산을 중단했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