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설 연휴 중국 시안 공장을 방문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메모리 반도체 기술 발전이 한계에 치달으면서 '초격차'를 벌리기 어렵게 되는 상황, 치킨게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중국 시안 공장을 찾았다. 반도체 2기 라인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4년 설에는 미국 이동통신사, 2016년 설에는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CEO, 2016년 추석에는 인도 모디 총리를 만나는 등 명절을 이용해 글로벌 주요 이슈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최근 이 부회장이 비메모리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공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안 공장은 낸드플래시 라인이 있는 곳으로, 비메모리 사업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부문 치킨게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안 공장을 활용해 생산성을 더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당장 이 부회장은 지난달 반도체 전망을 묻는 문재인 대통령에 '이제 진짜 실력 나오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바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화성사업장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을 중국 시안으로 옮기자는 주장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메모리 반도체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치킨게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낸드는 128단, D램은 1z나노 공정을 기점으로 발전 속도가 크게 느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더 미세한 작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두가지 기술 개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가 신기술보다는 수율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생산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이천 M16 공장 기공식을 밀어붙인 데 이어, 청주에 M17 공장 부지를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까지 추진 중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기술 발전이 더뎌지면서 결국 누가 더 수율을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업계는 경쟁사를 누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치킨게임 양상을 띌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