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과 정제마진 하락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지난 4분기의 재고관련손실의 일부 환입과 정제마진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총 2조 120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7년과 비교했을 때 34.2% 줄어든 수치다. 4분기 영업손해는 2788억 원으로 특히 석유사업에서만 554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약세로 접어든 정제마진의 영향 외에도 국제 유가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4253억 원에 이른 영향이 컸다.
업계는 최근 유가 상승세로 인해 올 1분기 중 기저효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실적 회복을 전망하고 있다. 4분기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 중 일부가 유가 상승 시 재고평가이익으로 환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3월 유가에 따라 결정돼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지만 유가가 올라간다는 가정 하에 재고평가손실 일부 환입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유가 상승으로 지난 2014년 유가 급락 이후 매년 이익 개선을 기록해 온 석유사업 기저효과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실적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4분기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급락으로 총 7000억 원 수준의 적자를 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재고평가손실로만 6100억 원을 기록해 실적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점진적인 유가회복 기조와 정제마진 개선효과가 맞물리면서 국내 정유 4사는 매년 호황을 누려왔다.
정유 4사의 합계 영업이익은 2015년 약 4조7000억원, 2016년 7조9000억원, 2017년 약 7조8000억원으로 매해 확대됐다.
정제마진도 개선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업체들이 지난 1년 내내 최대 가동률을 유지한 결과 수요진작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높게 나타나 정제마진이 약세였다"며 "하지만 올해는 중국의 휘발유 수출 쿼터 감축에 따른 수출 물량이 감소하면서 제품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친환경 석유제품 수요 증가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2016년 환경 보호 등을 위해 해상 연료유에 적용되는 황산화물 함량을 3.5%에서 0.5%로 대폭 감축 시키는 안을 확정, 오는 2020년 1월1일부터 규제가 시행된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고유황 제품이 줄고 상대적으로 값비싼 저유황 제품 시장이 확대되면 그야말로 호재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에너지를 통해 202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 고유황유를 저유황 연료유 등 고부가 제품으로 변환시키는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구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탈황설비 신설로 글로벌 물량부족과 이로 인한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저유황 선박 연료유 시장 환경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