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임금 규모가 가장 큰 자치구 적용인원 및 총예산 현황./자료=서울연구원, 그래픽=정민주 기자, 사진=유토이미지
서울시가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생활임금 제도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인 시 산하 기관에서 이를 지키지 않고, 자치구 부담이 늘어나는 등 제도 운영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생활임금은 물가수준과 가계소득·지출을 반영해 책정한 것으로 해당 지역에서 빈곤 수준을 넘어 실제 생활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적정소득을 일컫는다. 시는 지난 2015년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근로자가 일을 해 번 소득으로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다.
최근 서울시의 투자출연기관인 서울시설공단에서 생활임금은 고사하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임금을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상담원 35명 전원이 최저임금보다 약 30만원 더 적게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송도호 서울시의원은 13일 "장애인콜택시 직원들은 미지급된 최저임금을 받기 위해 매년 고용노동부에 자신의 직장 대표를 고발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의 지급 결정 통지를 받고 난 후에야 못 받은 최저임금 부족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올해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공무원 보수체계를 적용받지 않는 ▲서울시 본청 및 시 투자출연기관(21개) 소속 직접고용 근로자 ▲서울시 투자기관 자회사(3개) 소속 근로자 ▲민간위탁 근로자 ▲ 뉴딜일자리 참여자 등 총 1만여명이다.
생활임금제 적용 범위가 늘어나면서 자치구의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6년 3602명(20개 자치구), 2017년 4884명(21개 자치구), 2018년 6663명(23개 자치구)에서 올해 7131명(25개 자치구)으로 늘었다.
예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생활임금 적용 인원이 가장 많은 자치구는 2016년 62억9000만원, 2017년 105억7600만원, 2018년 142억3000만원에서 올해 169억2500만원으로 시행 초기보다 약 2.7배 늘었다. 최저임금으로 지급할 때와 비교해 30여억원 많다.
최봉 서울연구원 시민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자치구에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라며 "생활임금제 적용대상자가 많아지고 금액이 급격히 늘어나면 제도 시행에 따른 자치구 예산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중 22개 자치구가 생활임금제 시행으로 예산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80.6%인데 비해 25개 자치구는 평균 29.3% 밖에 되지 않았다. 시의 예산지원이 있는 생활임금제 통합안에 찬성하는 자치구도 10곳이나 됐다.
최 연구위원은 "자치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생활임금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생활임금제 통합안을 마련하기 전에 각 자치구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서울시와 생활임금제가 통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