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말 제작된 한양 지도 '도성도'에는 백악산(북악산), 인왕산, 목멱산(남산), 타락산(낙산)의 내사산을 중심으로 한 한양의 빼어난 자연이 담겼다.
서울을 구성하는 내사산 중 하나인 낙산은 서울 도성의 동쪽 산봉우리로 풍수지리로 볼 때 좌청룡에 해당한다. 조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의 좌청룡, 낙산에는 능선을 따라 도성이 설치됐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상당 부분 파괴·손실됐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무분별한 도시계획으로 아파트와 주택에 잠식된 채 오랜 시간 방치돼 역사 유물로서 기능을 잃게 됐다.
이에 서울시는 낙산을 근린공원으로 지정하고 주변의 녹지축과 연결해 낙산의 모습과 역사성을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14년 만에 완성된 낙산공원
지난 17일 낙산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성곽길을 걷고 있다./ 김현정 기자
낙산은 산의 모양이 낙타를 닮았다고 해서 낙타산으로도 불린다. 예전에는 산 중턱까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지만 서울시의 녹지 확충 계획에 의해 낙산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낙산공원조성사업은 1997년부터 14년에 걸쳐 이뤄졌다. 시는 걷기 편한 서울성곽길을 만들기 위해 종로지역과 성북지역을 2단계로 나눠 사업을 진행, 공원과 서울성곽길을 연결했다.
1단계는 종로지역에서 진행됐다. 시는 1997~2002년 14만8088㎡ 면적에 700억원을 들여 사업을 시행했다. 당시 동숭시민아파트 30동, 건물 176동을 철거했고 낙산 복원, 비우당과 전시관 건립, 산책로 등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2단계 성북지역은 2006~2009년 4만9336㎡ 면적에 214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시는 낙산 동쪽 사면의 노후화된 건물 164동을 없앴다. 소나무 등 키큰나무 12종 1307그루와 사찰나무와 같은 키작은나무 16종 5만240그루를 심어 녹지로 복원했다. 1km에 달하는 성곽탐방로와 휴게시설, 성곽조명도 설치했다.
시는 2010년 동대문~낙산공원~동소문로(혜화문)을 잇는 2.16km 서울성곽길을 모두 연결, 1997년부터 14년 동안 진행해온 낙산공원조성사업을 완료했다.
지난 17일 좌청룡 낙산의 정기를 받기 위해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낙산공원을 찾았다.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와 마로니에 공원을 가로질러 약 5분을 걸었다. 거대한 중앙광장과 함께 낙산전시관이 나타났다. 전시관 동쪽, 경사가 가파른 산비탈에는 계단이 설치됐다. 북쪽에는 제1~3전망광장이 들어섰다.
17일 낙산공원을 방문한 가족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김현정 기자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 보이는 전망광장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날 낙산공원을 찾은 박광현(27) 씨는 "친구와 함께 운동할 겸 해서 런지(하체 근력 강화 운동) 동작을 하며 올라왔다"며 "놀이광장 옆에 운동기구도 설치돼 있어 가볍게 몸풀기 좋다"며 활짝 웃었다.
동숭동에서 사는 이주영(25) 씨는 "본가가 서울인데 낙산공원이 너무 좋아 근처에서 자취한다"며 "월세로 나가는 40만원이 아깝지 않을 정도"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이 씨는 "지금은 겨울이라 괜찮은데 여름에는 사람이 많아 시끄럽다"며 "술 먹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기 집 앞이라 생각하고 자제 좀 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서울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직영 공원 22곳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음주청정지역 공원에는 낙산공원, 북서울꿈의숲, 푸른수목원, 선유도공원, 서울식물원 등이 포함됐다. 해당 지역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시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음주청정 지역을 지정하고 전국 최초로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절주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건전한 음주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야경 명소
지난 17일 낙산공원에서는 성벽을 오르려는 시민을 찾아볼 수 있었다./ 김현정 기자
공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낙산 꼭대기에 있는 성곽길이였다. 성곽에 오른 사람들은 성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바빴다.
마포구 도화동에 사는 방모(34) 씨는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충재 씨가 낙산공원에서 산책하는 걸 보고 좋은 곳인 거 같아 한번 와 봤다"면서 "TV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저 멀리 남산타워까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낙산공원을 찾은 김태형(37) 씨는 "회사 동료가 낙산공원 야경이 정말 예쁘다며 한번 가보라고 추천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며 "여기서 해 지는 것만 바라봐도 배가 부르다"며 미소 지었다.
17일 오후 관리요원이 낙산공원을 순찰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김 씨는 "올라오면서 봤는데 성벽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있고, 구멍에 머리를 넣는 사람도 있더라"며 "애들이 따라 하려고 해서 말리느라 진땀 뺐다. 공원을 지키는 관리요원이 좀 더 많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시는 지난 2013년부터 한양도성을 가꾸고 돌보는 역할을 하는 시민순성관을 선정·운영해왔다. 시민순성관은 조선시대 도성을 순찰하는 순성관에서 따온 이름이다. 도성 보존과 정화활동을 하는 지킴이 순성관은 월 1회 탐방로 주변시설을 점검하고 도성보존 캠페인을 펼친다.
시 관계자는 "시민순성관은 한양도성을 소중한 문화유산을 가꾸고 유지하는 의미 있는 자원봉사활동"이라며 "많은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