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은 일찌감치 사회적 가치를 중요한 경영 목표로 들어왔다. 올 초 직원들과 '행복 토크'를 연 최 회장. /SK
재계가 경영 목표를 이윤 창출이 아닌 '사회 기여'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오너가의 지분율이 크게 희석되면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며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마케팅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새로운 사회 공헌 사업 비전인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임원진 명의의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청소년 교육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소프트웨어 교육 등 기존 프로그램을 확대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새 비전을 '인재제일'과 '상생추구'라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고동진 사장은 삼성전자가 존경받는 기업으로 지속 성장해나가는데 함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LG도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후 고객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구 회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고객에 감동을 줘야 한다고 주문한 후 계열사들도 잇따라 고객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걸었다.
앞서 SK는 일찌감치 사회적 가치를 주요 경영 이념으로 내걸고 2017년에는 정관까지 바꾼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올 들어서 청와대 방문행사와 다보스포럼에서까지 사회적 가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상황이다.
LG 구광모 대표는 고객 만족을 경영 목표로 설정하고, 공식 행사에 캐주얼 복장을 즐겨입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LG 테크데이에서 대학원생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구 대표. /LG
재계에선 주요 그룹들이 이윤 추구보다는 사회 공헌에 주력하는 데 대해, 기업 환경이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업에 대한 오너가의 영향력 축소다. 3~4세 시대에 접어든데다가, 규제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지분율이 크게 희석됨에 따라 일어난 현상이다.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지분율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각각 3.68%, 0.62%에 불과하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 특수관계인 지분도 20% 안팎이다.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 지분으로 알려져있다. 지주사인 삼성물산 역시 이재용 부회장이 17.08%, 특수관계인을 다 합쳐도 32.98%다.
LG도 구광모 회장의 지분은 15%, 특수관계인까지 보면 40% 안팎이다. LG전자는 LG 지분이 33.67%다. SK 역시 최태원 회장 지분율은 18.29%, 특수관계인들을 합쳐도 30% 수준에 머물러있다.
지분율로 경영권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은 대외적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길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들어진다. 행동주의펀드 뿐 아니라 국민연금까지도 경영권에 개입키로 하면서 위기감은 더욱 증폭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산업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상황, 기업간 격차가 줄어들면서 생존 전략으로 사회적 지지를 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낙수효과'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졌다.
마케팅 전략 변화도 재계를 움직이게 했다는 전언이다. 소비자들이 기업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제품 홍보 보다는 사회적 역할 실현에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품 성능보다는 이미지를 앞세우는 애플과 테슬라가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