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회사채 수요예측 진행 현항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KB증권
#.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9일 수요예측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한 결과, 8100억원 규모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LG디스플레이는 26일 발행액을 4000억원으로 늘려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금리는 공모액 기준으로 3년물과 5년물 모두 민간 채권평가사 평균 금리보다 1bp(1bp=0.01%포인트) 낮게 정해졌다.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금액을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리고 있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미국발 금리인상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자금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조달 비용도 걱정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두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시장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조달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25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27일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지난 20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조1100억원 규모의 기관자금이 몰리면서 추가 발행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만기별로는 3년물(모집금액 1000억원)에 6000억원, 5년물(700억원)에 3600억원, 7년물(300억원)에 1500억원의 투자 수요가 각각 몰렸다. 이에 따라 5년물 발행금액을 1100억원으로, 7년물 발행금액을 900억원으로 확대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19일 공모채 20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을 한 결과 기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모집액의 5배에 가까운 96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3년물과 5년물에 각각 4100억원, 4200억원이 몰려 흥행을 이끌었다. 7년물에는 130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현대건설은 26일 발행액을 3000억원으로 늘려 회사채를 조달한다.
앞서 지난 22일 LG전자는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대박을 터트리며 추가 발행 여지가 생긴 것. 공모액(2500억원) 대비 5배가 훌쩍 넘는 총 1조450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실적부진 우려에도 연초 채권 발행시장의 풍부한 수요에 힘입어 투자자 모집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연기금과 보험사, 자산운용사들이 우량 등급(AA)으로 꼽히는 LG전자 채권 '사자'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9.4% 감소하는 등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SK에너지, SKC 등도 잇따라 당초 자금 조달 계획보다 발행액을 늘려 곳간을 채웠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신용등급 'A'나 'AA-' 이상의 우량기업으로, 최근 회사채 품귀 현상으로 기관투자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크레딧 시장 한 관계자는 "초저금리 기조가 심해지면서 금리가 높은 회사채, 특히 우량기업의 크레딧 물량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글로벌 경기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B증권 전혜현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등 금리 상승 재료는 상존해 있다. 하지만 향후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 하락 가능성 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유통시장 매수세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 수준의 절대금리 매력과 연중 크레딧채권 공급 부족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크레딧채권 매수에 대한 우호적인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증권 박진영 연구원은 "금리 변동성이 제한적인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캐리 투자 전략이 가장 유효해 보인다. 그렇다면 투자자금이 향할 곳은 발행시장일 수밖에 없다. 발행시장은 계속해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