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시장으로 커진 HMR…유통·식품업계는 전쟁중
4세대로 접어든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4조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HMR은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식품업체들에게 희망이 됐다.
종합식품회사를 비롯해 유제품, 소스 등을 만들던 회사들도 HMR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채널들도 뛰어들면서 HMR 시장은 유통·식품업계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2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9 식품산업 전망'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2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7% 증가했다.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1~3세대 간편식은 편의성을 중심으로 맛과 영양을 갖춘 간편식이 인기였다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는 4세대 성장기로 '프리미엄 일상식'이란 특징을 보인다"며 "실제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유명셰프의 맛집과 협업이 시도되는 등 '프리미엄 일상식'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HMR 시장이 커진 이유는 새로운 소비층인 중·장년층들이 유입됐고, 온라인으로 통한 구매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이 최근 6000여명 대상 내·외식 취식 메뉴 데이터 30만건과 전국 5000여 가구 가공식품 구입 기록 데이터, 온라인 상 5200만건 이상의 빅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시니어 소비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컵반과 비비고 국물요리가 지난해 각각 1000억원대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5년 4월 출시된 햇반컵반은 첫해 190억원 매출에서 2016년 520억, 2017년 820억, 2018년 1050억으로 3년 9개월 만에 연매출이 5배 이상 늘었다. 비비고 국물요리는 2016년 6월 출시 후 매출 140억원에서 2017년 860억, 2018년 1280억원으로 30여개월만에 10배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통·식품업계에서 너도나도 HMR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2017년 7월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EATS ON)'을 출시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차별화를 위해 유명 셰프와 손잡고 밀키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명 맛집 셰프의 레시피를 그대로 담아 수준급 요리를 가정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간편식 매출이 270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은 간편식 브랜드 '쿡탐'을 전면에 내세우고 국·탕·찌개, 요리밥, 일품요리 등 카테고리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쿡탐은 생재료와 육수를 급속동결해 신선함을 살렸다. 집에서 해먹는 레시피를 구현했지만 해동 없이 끓는 물이나 전자레인지에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샘표도 즉석 수프를 메인으로 HMR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그린푸드는 경기도 성남시에 '스마트 푸드센터(가칭)' 설립에 총 761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곳은 현대그린푸드의 첫 번째 식품제조 전문시설로, 2개 층, 2만18㎡ 규모로 이르면 올 10월경 완공될 예정이다. 스마트 푸드센터는 하루 평균 약 40만명분인 100t, 연간 최대 3만1000t의 B2C 및 B2B용 완제품 및 반조리 식품류를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신선한 식재료와 차별화된 소스로 만든 케어푸드 HMR 제품을 출시해, 향후 5년 내 매출 규모를 3조원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간편식 시장에서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하고 있다. 이마트가 피코크를 선보였고, 홈플러스가 싱글즈프라이드를, 롯데마트도 요리하다를 HMR 제품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HMR 시장은 식품업계를 비롯해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등 다양한 채널에서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진출하고 있다"며 "내수 침체 등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 HMR은 화두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