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승리로 점쳐졌던 화웨이 사태가 반전되는 모양새다. 유럽 국가들이 화웨이 장비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다. 미중간 무역 전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 국내 기업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미셀레 게라치 경제차관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영국과 독일도 같은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초 이들 국가는 화웨이의 통신 장비 입찰을 막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입장을 선회했다. 그 밖에 뉴질랜드와 인도 등 국가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받아들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도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캐나다에 연구개발 인력을 20% 증원하고 연구비를 15% 늘리는 등 투자 확대를 공언한 것. 궈핑 회장은 MWC19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미국 시장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밝히며 정면 승부를 공식화했다.
중국과 관계 개선을 암시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SNS. /SNS 캡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강경한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지난 21일 개인 SNS를 통해 미국기업들이 5G 사업에서 경쟁을 통해 이기기를 바란다고 밝히면서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과 합의를 위해 한발짝 양보하는 태도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무역전쟁 휴전을 연장하고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초 추진해왔던 양해각서 수준이 아닌, 정식 무역협정을 맺고 '종전'을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중 무역전쟁 마무리는 국내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과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국내 대중·대미 수출량도 타격을 입었던 데다가, 신흥시장 위기에 따른 영향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이 보호무역을 완화하면 수출에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미중간 무역 감소가 국내 수출에도 수백억달러 수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리스크도 줄어들게 된다. 중국을 겨냥한 관세 인상 조치가 철회되면 자동차와 철강 등 수출길도 회복될 것으로 점쳐진다.
단, 중국의 승리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화웨이 등 중국 IT 업계가 숨통을 트면서 경쟁력을 크게 제고할 수 있다. 특히 무역전쟁으로 주춤했던 '중국제조 2025'도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다. '반도체 굴기' 등 위협이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