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강연회에서 '금융포용과 금융감독'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보험업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9월 보험 소비자 권익 개선을 위해 만든 보험산업 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추진과제를 내놓았다. 보험약관을 이해하기 쉽도록 고치고 미스터리쇼핑(암행감찰)을 일반보장성보험까지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보험업권에 대한 완전한 이해 없이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은 27일 '보험산업 감독혁신 TF(테스크포스)'의 권고안 50개 과제 중 법규 개정 없이 자체 추진할 21개 과제를 발표했다. 이 TF는 윤 원장의 지시로 지난해 9월부터 외부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TF를 구성해 약 4개월간 운영해 왔다. 향후 법규 개정이 필요한 29개 과제는 금융위원회 등에 건의하기로 했다.
우선 금감원은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용어가 어려워 소비자가 상품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곤란하고 불완전판매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금감원 내부에 '약관순화위원회'를 설치해 표준약관 구성과 용어를 쉽게 고치기로 했다.
연령, 학력, 성별, 직업군별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용자 테스트를 3년마다 실시해 약관의 문제점을 지속·보완할 계획이다. 또 좋은 보험상품 및 약관 만들기 경진대회를 열고 보험회사 스스로 약관을 심사하는 '자율심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약관 문제는 금융당국이 꾸준히 지적해 온 부분이다. 앞서 지난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보험약관 작성부터 검증, 평가까지 전 과정을 소비자 관점 위주로 바꿔서 일반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약관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모집 및 보험금 지급 관련해서는 변액보험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있는 미스터리쇼핑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보험상품 판매 시 자문의 및 제3의료기관 선정 관련 계약자 권리를 설명하고, 보험금 청구 시에도 제3의료기관 자문절차를 설명하는 절차를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보험금 지급에 관한 소비자의 불만족도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감독 모니터링 지표를 개선하고 보험사기 적발 기법을 고도화해 보험사기 대응체계 개선하기로 했다.
민원과 분쟁에 관련해서는 단순한 민원 건수보다 계약 건수당 민원 건수, 보상처리 기간 등 소비자 친화적인 민원 공시로 개편하고 시각자료 활용, 용어 순화 등을 통해 소비자 이용성도 높일 방침이다.
또 민원분석 전담인력을 확충해 민원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감독·검사업무와 연계해 민원감축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연간 민원처리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고 e금융민원센터 홈페이지도 바꾸기로 했다.
이밖에 빅데이터 분석과 챗봇 등을 활용한 소비자 맞춤형 민원정보를 제공하고 민원처리 만족도 조사 실시, 자율조정 수용률 현황 공개를 추진한다.
공시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가입 시 고려해야 할 핵심정보를 정기적으로 안내·보도하고 소비자의 검색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생·손보협회 비교공시 사이트를 개선할 방침이다. 보험상품 비교공시 표준양식도 개발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혁신 TF 권고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가급적 빨리 이행하고 주기적으로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등 실적 부진으로 순이익이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악화되고 있는 업권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보험업권은 타 업권과 구조부터가 다른데 명확한 이해 없이 규제만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은행과 달리 상품구조가 복잡한 것이 사실이지만 약관을 쉽게 고칠 경우 약관에 담겨야 할 내용이 빠지거나 생략돼 오히려 소비자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계사 교육 등 업권 전체가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