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대표가 LG테크 컨퍼런스에 참여해 미래 인재들과 만났다. /LG
LG 구광모 대표가 본격적으로 1인 경영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중간 평과 결과로는 경영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라 실용주의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LG 구본준 부회장은 오는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LG전자와 LG화학 등기 이사직을 내려올 예정이다. LG스포츠 이사진도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준 부회장은 구광모 대표의 삼촌이다. 장자 상속을 원칙으로 하는 LG 가풍에 따라 지난해 고(故) 구본무 회장 사망 후부터 경영에 손을 뗀 상태다. 조만간 LG 부회장 등 경영직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다.
빈 자리는 구광모 대표 측근들이 채운다. LG전자는 권영수 부회장,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권영수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을 직접 보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임원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수혈된 구광모호 1차 탑승자다.
재계에서는 LG가 구광모 대표 독자 경영 체제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한다. 구광모 대표 최측근인 권영수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에서 하현회 부회장이 맡았던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영권을 더 집중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계열분리는 구광모 대표 체제의 최대 난제다. 구본준 부회장의 지분은 ㈜LG 7.72%로, 1조원 수준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성장시킨 분야는 LG전자 VC사업부와 LG이노텍, 그리고 LG 상사 등 전장 분야다. 구광모 대표는 지난해 ㈜LG에 자동차부품팀을 만드는 등 성장동력으로 삼은 상황이어서 이들 계열사나 사업부를 분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 구광모 대표는 공식석상에서도 캐주얼한 차림을 권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사진은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구광모 대표. /LG
구광모 대표 경영 능력 증명도 주요 과제다. LG는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선대 회장 경영진을 대부분 유임하며 안정성을 내세웠지만, 이번 정기주총까지 적지 않은 이사진을 교체했다. 앞으로 경영책임을 오롯이 구광모 대표가 맡게 된 셈이다.
지금까지 성적은 좋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4분기 LG전자는 영업이익 753억원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신흥시장 부진 이유도 있었지만, 스마트폰 사업 등 MC사업부가 무려 3223억원 손실을 기록한 탓이었다.
MC사업부는 'MWC 19'에서도 빛을 내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스마트폰 사업자들이 폴더블폰을 내놓는 가운데 LG전자는 차세대 기기로 듀얼스크린을 지원하는 V50을 선보였는데, 일부 네티즌들은 '폰을 접지말고 사업을 접어라'는 조롱까지 퍼부었을 정도다. MC 사업부는 글로벌 트랜드에서 벗어났다는 평가와 함께 올해 실적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이어진다.
그 밖에 계열사들도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가 부진한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LG화학도 시장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른다. LG전자 VC사업부와 ZKW, LG이노텍 등 전장사업에서도 이렇다할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하현회 부회장이 자리를 옮긴 LG유플러스가 대박을 냈다. 지난해 넷플릭스와 제휴하면서 경직된 IPTV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올해 CJ헬로 인수까지 성공할 경우 '만년 3위'를 벗어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한편, 구광모 대표에 대한 내부 임직원들의 반응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LG는 지난 해 구 대표 취임 후 연말이나 징검다리 연휴 등에 휴가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최근에는 분기별 임원 세미나를 폐지하고 월례 행사인 'LG포럼'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격식보다 실용적으로 임원들과 소통 기회를 갖기 위한 '실용주의' 전략이 LG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