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두 번째 만남이 베트남 하노이(2월27~28일)에서 '빈손회담'으로 끝난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대신(總理大臣)'이 현 상황을 환호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일 새벽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시민의 알릴레오' 9화 특집방송을 공개했다. 유 이사장은 특집방송 때 "하노이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가 나오고 나서 전 세계에서 제일 좋아한 사람이 일본의 아베 총리 아니었나"라면서 "그 각료(일본 집권당, 자민당)들도 '희색만면(喜色滿面)해 잘됐다'고 하고, 3·1절에 그 장면을 보니 매우 화가 났다"고 했다. 희색만면은 기쁜 빛이 얼굴에 가득함을 뜻한다.
실제 하노이회담 결렬 후 일본 외신 보도를 살펴보면 유 이사장 발언과 궤를 같이함을 엿볼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일 '정상에 의지한 타개는 한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사전 준비가 잘 안 된 정상외교"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을 통해 "이번 회담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은 요미우리신문을 통해 "미국은 북한에 핵 폐기를 요구하면서 납치(일본인 납북자) 문제제기를 계속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비핵화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한 채 제재를 해제하는 가장 좋지 않은 결론으로 끝나지 않은 점이 다행"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이사장은 계속해서 "그래도 우리 국민 중에서, 또 북한 인민 중에서는 이번 회담 결렬을 기뻐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베 총리만 기뻐한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일부 언론도, 마음이 참 아프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무리 민족주의가 지금 문명의 대세는 아니라 해도 우리가 국민-국가 단위로 살아가는 이 상황에서 이번 일을 두고 기뻐하는 심리를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유 이사장이 일부 보수매체들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셈이다.
유 이사장은 하노이회담 이후 상황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열쇠(북미정상회담 주도권)를 쥐고 있는 '키맨'은 김 위원장"이라며 "미국에 대한 두려움이 70년간 있었겠지만 김 위원장이 떨치고 나왔으면 한다. 담대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핵 관련) 리스트를 다 제출한다고 해서 발가벗는 게 아님이 제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유 이사장과 함께 특집방송에 출연한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은 빈손회담으로 귀결된 하노이회담 관련 "미래에 더 큰 합의를 만들 자양분을 만든 결렬"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