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볼모' 한유총 여론 뭇매… 유치원 개학 첫 날 보육 대란은 없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개학 연기 발표에 따라 유치원 개학 첫 날인 4일 일부 사립유치원의 개학 연기가 현실화됐지만, 보육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악화된 여론과 정부당국의 형사고발, 감사 등의 강한 압박에 상당수 사립유치원이 개학 연기를 자진 철회했다.
하지만 일부 유치원은 무기한 개학 연기를 강행하거나 자체 돌봄도 제공하지 않아 애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골탕을 먹었다. 또 이날 이후 개학 일정이 잡혀있는 유치원이 아직 있어 유치원 보육 대란이 길게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시교육청의 한유총 설립허가 취소가 결정될 경우 사립유치원의 집단 행동의 구심점이 없어져 유치원 사태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교육부가 실제 개학연기를 강행한 유치원은 전국 239곳으로 전체 사립유치원(3875곳)의 6.2% 수준인 것으로 난타났다. 특히 이들 중 92.5%인 221곳은 자체돌봄은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제돌봄도 제공하지 않은 유치원은 18곳에 불과했다. 개학 연기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유치원은 23곳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날 오전부터 각 교육지원청별 관내 유치원 개학 현장 확인에 나선 결과, 오후 2시 기준으로 당초 개학 일정을 지키지 않는 사립유치원은 12곳으로 집계됐다. 개학 연기를 포기하는 사립유치원이 속속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유치원 중 4일 개학 예정이던 세하유치원(동부)은 개학일을 7일로 3일 미루는 등 5개 유치원이 당초 개학 일정을 2~3일 씩 연기했다. 6일 개학 예정인 동화나라유치원(강동송파)은 입학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고 자체 돌봄도 제공하지 않는 등 강동송파지역 8개 유치 원이 개학일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미정으로 하고 있다.
7곳은 무응답 유치원으로 분류돼 공식 확인되지 않아 교육당국의 신속한 대처가 우려된다.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4개 지원청에서 임시돌봄 신청 접수 현황을 취합한 결과 아직 신청자는 없었다"면서 "교육지원청 담당자들이 사립유치원 측을 설득하면서 철회하는 유치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설립허가 취소 위기를 맞은 한유총은 개학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거나 폐원까지 거론하면서 여론은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일부 사립유치원의 감사 결과 아이들에게 엉터리 급식을 주는 한편,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교육비를 쌈짓돈처럼 쓴 것이 들통나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단체 이익을 위해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한유총에 대한 정부의 엄정 대처를 주문하는 내용을 위주로 청원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4일 기준 청원글만 200건에 육박한다. '한유총을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린 이는 "의사가 환자를 인질로 잡는거랑 한유총이 아이들을 인질로 잡는거랑 같은 겁니다. 한유총, 철저히 조사해 무겁게 처벌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번에 한유총 자체를 뿌리뽑을 것을 요구한다"며 "이를 반대하는 정당은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적었다.
인터넷 맘카페를 위주로 한유총의 주장에 조목 조목 반박하는 글이 인기글로 공유되면서 공감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익명의 한 네티즌이 올렸다는 '사립유치원 원장은 자영업자가 아닙니다'라는 글은 사립유치원들의 사유재산 인정 요구와 관련해 "유치원 설립 인가 받을때 유치원 용도로 허락을 받았고, 그 대가로 '영업권'을 받았다"며 "그 '영업권'을 독점하겠다고 국공립 유치원 확대 얘기만 나오면 거품물면서 로비고 집회고 난리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가 똑똑해지면 원장들이 장난 못칩니다', '모든 학부모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등의 호응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들의 개학 연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오전 8시 개학 연기 참여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용인교육지원청 상황실에서 현장준비상황 점검에 나와 "한유총 소속 일부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는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저버린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명백하게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지금이라도 즉각 철회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