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경쟁적으로 치매보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중증치매만 보장했다면 최근에는 경증치매까지 보장 범위를 넓혔다.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할 것 없이 치매보험 출시 경쟁이 과열되면서 상품 판매 중지 등 '제2의 치아보험'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판매 중인 치매보장 보험은 134개(특약포함) 중 중증치매만 보장하는 보험은 82개, 중증치매와 경증치매도 보장하는 보험은 52개다. 이후 대형보험사, 중·소형보험사 구분 없이 치매 관련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출시된 경증치매도 보장 치매보험이 보험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보험사들이 우후죽순 상품을 내놓았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현대해상이 출시한 치매보험은 보름 만에 약 1만1000명의 가입자를 모았고 메리츠화재도 같은 달 치매보험 판매를 시작해 5일 만에 가입자가 5000명을 넘어섰다.
고령화 시대에 치매보장에 대한 수요가 높은 데다 진단금액이 과거 대비 많게는 10배가량 높아 가입자가 몰린 것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2018년 75만명에서 2030년 137만명, 2040년 218만명, 2050년 303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국내 치매환자 수는 약 76만명으로 전체 노인 대비 유병률은 10.32%에 달한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인 점을 고려하면 치매보험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증치매까지 보장하는 보험상품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경증치매까지 보장하는 상품은 건망증 등 가벼운 치매 진단에도 1000만원~3000만원의 거액의 보험금을 준다. 치매환자 발생과 관련해 경험률 통계가 충분히 쌓이지 않는 상황에서 손해율 증가로 인한 판매 중지 등 '제2의 치아보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치아보험의 경우 과열 경쟁이 벌어지면서 과도한 시책, 보장한도 확장 등을 내걸었던 일부 보험사들이 판매 중단 또는 보장 축소에 나선 바 있다.
중증치매와 경증치매를 구분하는 기준은 CDR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scale)와 장기요양등급에 따른다.
CDR척도란 치매관련 전문의가 실시하는 전반적인 인지기능 및 사회기능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로 점수구성은 0, 0.5, 1, 2, 3, 4, 5로 돼 있다. 점수가 높을수록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장기요양등급이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심신의 기능상태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정도'를 측정해 정도에 따라 1, 2, 3, 4, 5등급과 인지지원등급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1등급이 가장 정도가 심하다.
시장에서는 중증치매는 장기요양등급 1~2등급 또는 CDR척도 3~5점, 경증치매는 장기요양등급 3~4등급 또는 CDR척도 1~2점으로 구분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아직 치매환자 발생 관련 통계가 축적되지 않아 보험금 지급 추이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지나친 상품경쟁으로 인한 고위험 치매상품 개발, 손실 발생, 그리고 상품판매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