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양 필수 '세계와 시민' 올해부터 전체 신입생 대상 강의
- '인류 위기 대응 학생 아이디어'에 최대 700만원 지원
- 탈 '학제·학문'으로 새 영역 개척 나서
"교육에서 학습으로".
경희대학교의 교육 혁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한 교과를 개설해 지도교수와 한 학기 동안 연구하는 탈 학제·학문 교육을 하는 학생 독립연구에 이어 올해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전체 신입생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시행한다. 또 후마니타스칼리지 필수교과 강좌 당 학생 수는 25명으로 줄여 '교육'에서 '학습'이 가능하도록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다.
7일 경희대에 따르면,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이번 학기부터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GCED)을 시행한다.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하는 대학은 경희대가 처음이다.
교양 필수인 '세계와 시민'으로 개설된 강좌는 그동안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운영해 온 '시민 교육' 교과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이영준 서울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은 "세계시민의 시대를 열어갈 주역을 길러내는 것에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며 "유네스코에서도 경희대의 세계시민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교육과정 개발에 긴밀히 협조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 일환으로 정우탁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원장이 이번 학기부터 직접 강의에 나선다.
'세계와 시민' 과목에는 문제만 있고 정답은 없다. 학생들은 기후변화, 생태환경 문제, 빈곤, 불평등, 민주주의 위기 등 시대적 난제가 자신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배운다. 과제 설정부터 해결발안 모두 학생들의 몫이다. 이영준 학장은 "교수와 학생이 함께 시대적 난제 해결을 고민하는 교육현장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희대는 창학 초기부터 대학의 사회적·지구적 책임에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 2009년엔 개교 60주년을 계기로 대학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의하고, 지구적 난제 해결을 위한 실천을 해왔다. 바이오헬스·미래과학 등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관산학 협력사업 추진이 대표적이다.
작년부터는 교육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생태·환경 위기, 에너지·자원 고갈, 식량 부족 등의 해결에 나서는 학생들에게 최대 7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전환 21'을 개설했고,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도 설립했다. 창업이나 봉사, 탐방, 연구 등 분야에서 스스로 삶의 목표를 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활동비로 400만원을 장학금으로 주는 '꿈도전장학'도 만들었다.
지난해 1학기부터는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 과제를 찾고 지도교수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후마니타스칼리지의 '독립연구'를 '독립심화학습'(전공선택 3학점)으로 개편해 모든 전공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기존 학제와 학문을 뛰어넘는 탈 학제·학문인 셈이다.
2016년 한 학생의 제안으로 도입된 독립연구는 학생들의 연구와 창업 등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일반대학원 융합의과학과에 진학한 이승은 씨는 2017년 학부과정에서 진행한 독립연구 결과물을 논문으로 썼고, 지난해 4월 국제 학술지 '프로테오믹스' 표지를 장식했다. 강은석(컴퓨터공학과 08학번) 씨등은 '외국인 유학생의 성공을 돕는 스터디그룹 비즈니스 모델' 과제를 바탕으로 한국어 교육을 서비스하는 '한知(지)'를 창업했다.
학생들의 제안해 진행 중인 과제로는 '최근의 SNS에 나타난 어휘사용법 및 빈도 변화 연구', '6.13 지방선거운동 기간 동안 생성된 인터넷 공간 내의 정보 유통과정분석', '신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미·중 무역 분쟁에 관한 연구', '불면증에 대한 체계적 고찰과 메타분석' 등 학문 분야를 넘나든다.
독립연구를 수행한 김자현(언론정보학과 11학번) 씨는 "강의실, 시간표, 가르침과 배움의 경계, 시험, 경쟁이 없는 과목이었다"며 "바꿔 말하면 어디든 강의실이었고, 언제든 공부할 수 있었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더 나은 방향을 향해 함께 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학생들의 학습권 강화를 위해 '과밀 강의실' 개선에도 나섰다. 2011년 교양교육을 위해 출범한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선 필수교과의 강좌당 학생 수를 25명으로 줄여 발표와 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토록 했다. 교수와 학생 간 친밀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준 학장은 "교수로부터 지식을 전달받는 시대는 지났다"며 "교수는 이제 전문가에서 코치로, 학생은 수용자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