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성평등도시 서울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한국에서는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63만원을 받는다. 올해 1월 통계청이 발표한 '임금근로 일자리별 소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격차 비율은 37%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16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서울시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서울시는 근로자들의 성별, 고용형태별 임금정보를 공개하는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실시한다고 7일 발표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 직급, 고용형태, 경력에 따른 임금 차이와 실제 근로시간, 휴가, 휴직 사용률 등 노동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성별에 따른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우선 시는 23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 임금정보를 오는 10월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제도 시행에 앞서 시는 여성·노동학계, 시민대표, 기업인, 성평등·일자리위원회 등 총 14명으로 구성된 '성별임금격차 개선 TF'를 꾸렸다. TF는 성별 임금격차 실태조사와 문제 개선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는 이달 중 성평등 임금공시제 시행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상호협력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끌어낸다는 목표다.
문미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채용에서부터 배치, 승진 등 고용의 전 과정에서 어떤 것들이 성별임금격차를 고착화시키는지 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시도"라며 "노동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정보 공개 범위를 노사정 합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는 ▲경제-성평등 노동환경 조성 ▲안전-여성 안심환경 조성 ▲성평등-일상 속 성평등 인식 확산 부문에서 총 7가지 핵심사업을 추진한다.
1976년 부녀복지관에서 시작한 24개 여성일자리기관을 통합 브랜드 '서울시 여성일누리'(가칭)로 개편한다. 시설별 분석과 컨설팅, 리모델링, 프로그램 개발 등의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여성창업 허브공간인 '스페이스 살림'은 내년 9월 대방동 옛 미군기지 자리에 문을 연다. 공간제공에서부터 컨설팅, 해외 판로개척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는 여성 1인가구 밀집지역에 안심 생활환경, 'SS존(Safe Single Zone)'을 조성하는 사업을 4월부터 시작한다. 이중창과 방범필름, 창문경보기, 스토퍼, 현관문 보조키, 락힌지 등 여성안심홈 5종 세트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불법촬영 점검서비스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서울 전역에 설치된 CCTV로 위험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안심이 앱에 데이트 폭력, 스토킹 피해자 등 신변보호 대상자를 위한 기능을 추가한다. 최근 급증하는 디지털성폭력 예방·피해자 지원도 강화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확산하는 신종 온라인그루밍 범죄 실태조사를 상반기에 실시해 예방대책을 마련한다.
문 실장은 "50% 초반에 머무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 미래 국가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우선 추진해 민간부분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독일, 스위스, 영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이 같은 임금공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은 '성별임금격차보고법'을 통해 250명 이상 근무하는 기업의 경우 남녀 근로자에게 지급한 임금과 성과급 차이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임금공개법'을 도입해 200명 이상을 고용한 기업은 근로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다른 직원의 임금자료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