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교사·학생 대상 '진로·진학 길잡이 교육 프로그램' 올해 전국 학부모로 확대 시행
- '깜깜이'·'금수저' 오해받는 학종 정보 제공, 대입 투명성·예측가능성 높인다
- 의학계열 등에 뺏기는 우수 학생 선점 효과도 기대
서울대(총장 오세정)가 그동안 일부 교사나 학생만을 대상으로 했던 대입 안내 프로그램을 전국 학부모 대상으로 확대한다. 대학이 직접 입시 정보를 제공해 사교육 없이도 대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우수 학생 선점에도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입학본부(입학본부장 김성규)는 올해 1월 수도권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 '진로·진학 길잡이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전국 시도교육청과 함께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대입 정보 소외 지역인 농산어촌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며, 참여 학부모 모집 방식과 일정 등은 각 교육청과 협의해 4월 중 알릴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1일 6시간으로 운영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학교생활, 학습코칭, 자녀 심리적 건강 등을 주제로 서울대 교수 강의가 이뤄지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이해를 돕기 위한 입학사정관 강의, 서울대 합격생의 고교 생활 사례도 공개한다.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특화된 프로그램들로 수시모집 정원의 100%를 선발하는 학종에 대한 입학사정관의 강의가 눈에 띈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프로그램을 고교생 자녀를 둔 전국 학부모로 범위를 확대하고 특화된 내용을 전하기로 한 것"이라며 "서울대가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서울대 입학전형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필요한 내용을 다양하게 구성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이처럼 수험생을 둔 학부모를 직접 만나 입시 정보를 제공하려는 이유는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서 교육의 공공성 확보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또 서울대가 수시모집 정원 전체를 학종전형으로 선발하면서 받는 '깜깜이 전형'이나 '금수저 전형'의 정점이라는 지적을 적극 해소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교육 당국에서도 논란이 되는 학종전형을 장기적으론 폐지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고1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위주 전형을 정원의 30% 이상 선발토록 대학에 권고한 바 있다. 수능 전형이 늘면 학종전형의 입지는 줄 수 밖에 없다.
아울러 타 대학 의학계열이나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등으로 우수 학생을 빼앗기는 서울대로서는 우수 학생을 선점하는 기회도 노릴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 재학생 중 학업을 그만두는 중도탈락학생 비율은 매년 재적학생의 1% 수준인 200명 정도다. 입시 업계에서는 이들 중 상당수가 타 대학 의학계열을 위주로 경쟁대학으로 옮기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학알리미 공시정보에 따르면, 2018년 서울대 중도탈락학생은 농업생명과학대 54명(재적인원의 2.9%), 자연과학대 28명(1.9%), 생활과학대 11명(1.8%) 등의 순으로 높다.
서울대가 학종 전형 정보를 직접 학부모에게 전한다고 해도 그 내용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대입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가 전국 학부모들을 찾아가 대입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과거에는 꿈도 못 꿀 일"이라면서 "대학이 직접 학종 전형에 대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 평가이사는 "다만 학종전형이 정성평가라는 한계가 있어 제공할 수 있는 정보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는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학종 전형 개선안을 상반기 중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학원의 컨설팅을 받았는지를 검증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