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외부 감사가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외부 감사를 받은 이후, 거래가 정지되거나 기업들이 공시한 잠장 실적이 변동되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신(新) 외감법'으로 불리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정감사와 감리가 까다로워진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케어젠은 지난 15일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으며, 이에 대한 사유가 해소될 때 까지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외부 감사 과정에서 발견된 일부 해외 매출과 매출원가가 문제가 됐다. 케어젠은 현재 외부 조사전문가를 선임해 조사를 받고 있으며,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 까지 이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면 감사의견 거절이나, 부적정과 같은 비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데 있다. 감사보고서는 통상 정기 주주총회 일주일 전 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케어젠의 주총이 오는 26일인 것을 감안하면, 케어젠은 18일 오후 6시 이전 까지 모든 요구사항이 해소된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케어젠은 홈페이지 주주 공지를 통해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됨에 따라 감사보고서 제출기한까지 감사가 마무리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럴 경우 감사의견 비적정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당사의 영업이나 재무상태는 건실하며, 회사의 펀더멘털 자체에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케어젠은 거래 정지 직전 시가총액 8218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3·4분기 까지 매출 455억원, 영업이익 266억원을 낸 우량 기업이다.
외부 감사 이후 적자 전환하거나 적자폭이 확대된 기업도 속출했다. 지난해부터 연구개발비 등 무형자산을 처리하는 감사기준이 까다로워진 영향이 컸다.
대웅제약은 외부 감사 결과 순손실이 기존 53억원에서 154억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종속회사의 무형자산 감액에 따라 순이익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코미팜은 적자폭이 늘었다. 영업 적자는 기존 59억원에서 62억원으로, 당기 순손실은 152억원에서 155억원으로 커졌다. 회사측은 "종속법인의 인체신약개발 비용 등이 경상개발비로 반영됐고, 매출채권에 대한 전체기간 기대손실 손상금액을 인식한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차바이오텍은 감사 이후 개별 기준 영업이익이 기존 36억원 흑자에서 17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순손실 폭도 기존 15억원에서 54억원으로 늘어났고, 강스템바이오텍은 연결 기준 순손실이 기존 11억원에서 143억원으로 확대됐다. 강스템바이오 관계자는 "전환사채에 포함돼 있는 내재파생상품에 대한 회계처리정책변경으로 비교재무제표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경동제약도 외부감사 이후 영업이익이 120억원 가량 줄었고, 녹십자셀은 당기순이익이 3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업계는 새로운 외감법 시행으로 올해도 회계 관련 이슈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매출채권 문제로 회계 감리 대상이 된 것처럼 외감법이 깐깐해지면서 우량 기업들도 회계 관련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