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국적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두 수장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펼쳐야 하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금호산업 주총에서 대표이사 재선임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박삼구 회장은 최근 외부감사 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으며 주주들의 거센 비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한 차례 곤욕을 치렀던 아시아나항공은 재감사를 통해 이날 '한정'의견을 받아 위기는 피했다. 어느 정도 문제를 해소한 분위기지만 박 회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위기감은 여전히 맴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감사의견 '적정'을 받기 위해 삼일회계법인이 지적한 리스 항공기 정비와 마일리지 관련 충당부채 등을 더 축적하고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부분을 수정하는 등 재무제표를 바꾸기로 했다.
회계상 재무수치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신용등급 하락 우려와 회사채 및 자산담보부증권(ABS) 같은 시장성 차입금 상환 압박에선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회계쇼크'로 시장 전체에 우려를 안긴 부분에 대한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재무제표 수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여실히 공개돼 또 다른 파장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박 회장은 지난해 승무원 성희롱 의혹과 아시아나항공 '기대식 대란' 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박 회장의 대표이사 재선임은 29일 열리는 금호산업 주총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조양호 회장도 연임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오는 27일 열릴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상정한다. 조 회장은 이달 17일로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가 끝났지만,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연임에 나선 상태다.
주총에 앞서 '암초'로 분류됐던 토종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의 공세를 막아내며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총회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대한항공 지분 33.35%를 보유 중이다. 주총에서 표 대결을 예고한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계획을 무산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지분 약 56%)는 물론, 지분 11.56%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지난 25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조 회장 연임에 대해 심의했지만 위원간 이견이 있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민연금의 결정이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표 대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